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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청탁·경력조작'…금감원도 못피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기사등록 : 2017-09-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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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채용 투명성부터 확보해야"

[뉴스핌=이지현 기자] # 금융감독원 A국장은 지난 2015년 직원 채용 과정에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경제부문 지원자 B가 합격 가능한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확인해보니 B는 필기전형 합격대상(22명)이 아닌 23위였다. A국장은 경제·경영·법학 등 3개 분야의 채용인원을 1명씩 늘렸고, B를 포함한 6명을 필기전형에 합격시켰다. 이들 6명 중 총 3명은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됐다.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가 감사원의 감사에서 드러났다. 전직 국회의원 아들을 채용하기 위해 경력 채용 기준을 바꾼데 이어, 신입 공채와 전문직원 채용까지 각종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

감사원은 20일 금융감독원의 기관운영감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016년 민원처리 전문직원을 채용 과정에서 금감원 D국장은 금감원 출신 3명을 포함한 일부 인원이 기재한 경력기간이 실제보다 짧아 불합격 대상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D국장은 금감원 출신자에 대해서만 인사기록을 찾아 경력기간을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이 사람은 인성검사 등급이 C등급으로 부적격이었지만 금감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합격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신입공채 과정 중 지방인재 채용에도 문제가 있었다. 채용공고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방인재를 10%내외로 채용하고, 만약 지원서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면 합격을 취소해야 한다. 지원자 E는 서울 소재의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대전 소재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지원서에 기재했다. 인사담당자들은 오기재 사실을 확인하고도 필기전형 합격취소 여부 등에 대해 수석부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결국 면접 과정에서 E는 대전소재 대학을 졸업한 지방인재로 기재됐고 최종 합격했다.

예정된 채용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필기점수와 면접점수만으로 2차면접 합격자가 결정돼야 하지만, 계획에 없던 평판을 조회해 부정적 평판이 있던 3명을 탈락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평판조회 자체도 일괄조회가 아닌 일부 지원자에 한해서만 진행했고, 평판이 부정적이지 않았던 지원자는 불합격시키고 부정적인 지원자를 자의적으로 합격시키는 경우도 드러났다.

이 같은 부당한 채용업무를 주도한 전 총무국장은 감사원으로부터 면직 처분 요구를 받았다. 또 당시 채용업무를 담당했던 팀장 2명과 실무자는 정직 처분, 책임자였던 수석부원장 등 3명은 인사자료 활용 통보 조치를 받았다.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의 질서 유지를 위해 감독 및 검사를 전담하는 금감원에서 내부적으로는 이처럼 채용비리가 행해지고 있었다. 특히 취업준비생들이 선망하는 금융공공기관에서 공정하지 못한 채용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실망의 목소리도 크다.

한 금융공기업 취업 준비생은 "지난번 경력채용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는데, 신입 공채에서조차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 실망스럽다"면서 "결국 실력으로 정당하게 뽑혔어야 할 사람들은 정작 자리를 빼앗긴 건데, 준비생으로서 상대적 박탈감만 커진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감사원이 공공기관 채용과정을 전반적으로 감사하면서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3~4월 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업무 전반을 점검한 결과, 점수조작이나 연령차별 등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

취업 청탁을 받고 채용 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물론, 일부 공기업에서는 동점자가 발생한 경우 연장자를 불합격시키는 등 연령을 사유로 응시자를 차별했다. 또 고졸채용 전형에는 고졸자에게 불리한 평가기준을 운영하거나 대졸자가 응시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최근 강원랜드에서는 2012~2013년 신입사원 518명 중 95%가 청탁자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부정 채용이 지속되면 결국 정부에서 추진 중인 블라인드 채용이나, 사회적 약자 채용 확대도 결국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한해 성별·연령·학력 등의 정보를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고, 여성이나 지역인재 등 사회적 약자 채용도 늘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비리행위가 공공기관에 만연해 있다면 정부의 일자리 정책도 어떻게 변모할지 모르는 것 아니냐"면서 "정책 추진에 앞서 공공기관들의 채용 투명성부터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한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적폐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도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검찰은 철저히 수사하고, 관계부처도 채용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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