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소수를 기억하십니까?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복소수'(Complex number)라는 개념을 배운다. 실수와 허수의 합으로 이뤄지는 수를 말하는데, 사실 듣기만해도 골치가 아프다. 대부분 사람들이 까맣게 잊었을 것이다.
이런 골치 아픈 개념을 꺼내 든 이유는 이 개념이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해서다. 복소수는 실수부와 허수부로 나누고 허수부는 보통 'i' 또는 'j'로 표현한다. 실수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제곱을 하면 양수가 된다. 설사 음수라 하더라도 제곱을 하면 양수가 된다. 음수와 음수의 곱은 양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허수인 'j' 는 제곱하면 -1 이 된다. 그래서 실존하지 않는 수라 하여 허수라고 한다.
고등학생 때는 머리를 쥐어 짜매고 복소수 계산을 열심히 해 시험에 임한다. 그런데 왜 이런 숫자가 우리에게 필요한 지에 대한 토론은 없다. 오로지 시험을 위한 공부다.
그런데 복소수는 유용하다. 우선, 학문의 세계에서 복소수 개념은 광범위하게 쓰인다. 대학 이후 전공 문제 해석, 그리고 지금도 실제 설계 문제에 복소수를 사용한다. 복소수는 상상의 결과지만 실제로는 회로, 안테나, 시스템 설계에 아주 많이 사용된다.
대학원 신입생을 뽑을 때, 면접을 보는데 이러한 문제를 칠판에 그린 뒤 학생들이 풀게 한다. 결과적으로 물리량의 크기와 위상을 묻는 문제기도 하다. 결과가 실수 지수함수인지, 정현파 삼각함수인지, 위상을 파악하는 지 묻는다. 그리고 위상을 잘 아는 학생은 학부에서 배운 과목의 개념을 확실히 익힌 학생이다.
지수 함수에서 변수 x를 허수로 표현하면 바로, 이 허수가 정현파 삼각함수의 위상을 나타낸다. 삼각함수를 복소수 지수함수로 표현하면 삼각함수의 미적분, 곱하기 나누기, 더하기 등등의 복잡한 삼각함수의 계산을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의 단순한 수식으로 풀 수 있다.
그런데 회로이던 전자파이던 최대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선 전류와 전압이 같은 위상이어야 한다. 위상이 바로 0이어야 한다. 그럼 시스템 혹은 회로, 안테나의 전류와 전압의 관계를 표시하는 그 임피던스(전류가 흐르기 어려운 정도)의 복소수 허수 성분이 0이 돼야 한다. 위상이 0도가 되면 허수 값이 0이 되기 때문이다.
복소수의 근간은 균형과 조화
임피던스의 허수 부분이 0이란 얘기는 실제 회로에선 캐패시터(축전기)에 저장된 전력과 인덕터(전압을 유도하는 코일)에 저장된 전력이 같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안테나에서도 전기장 에너지와 자기장 에너지가 균형을 맞춰야 한다. 서로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전기공학 전자공학 학생들은 복소수로 표현되는 임피던스를 열심히 계산한다. 이 뿐만 아니나 물리 기계 등 분야도 시스템의 특성을 복소수로 표현하고, 그 분석을 많이 한다. 복소수가 상상의 함수지만 아주 유용하다.
우리 사회도 균형과 조화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가정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발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배려, 기업과 노동자의 협력, 정치에서 여야 협상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많은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클라우드 컴퓨터와 데이터 센터를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세워야 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돌기 위해선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그 만큼 더 많은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공지능이나 센서보다 전력 확보가 더 중요할 지 모른다. 사물 인터넷 시대에 센서에 공급하는 전력도, 무선 인터넷 통신에 필요한 RF(무선 주파수) 전력도 증가한다.
4차 산업혁명은 전기 에너지를 먹고 산다. 이런 전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최대 전달하기 위해선 크게는 나라 전체, 작게는 작은 반도체 하나의 임피던스 복소수의 허수 부분을 0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4 차 산업혁명에도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복소수에는 상생의 개념이 들어 있는 듯하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