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봄이 기자] 정부가 영등포역사 롯데백화점에 영업종료 결정을 통보한 가운데 백화점에 입점한 임차업체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영업종료를 불과 3개월 남기고 통보가 이뤄진 데다 뒤늦게 업체들와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듣겠다고 나선 정부 탓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1일 오전 영등포 롯데백화점에서 임차업체 간담회를 열고 "많은 법률 검토를 거친 결과 롯데백화점의 점용기간 영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은찬윤 한국철도시설공단 단장은 "사실상 국가 귀속이 유일한 처리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말 점용기간이 끝나면 폐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1~2년 정도 임시 사용허가 기간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영등포역사는 서울역·동인천역 등과 함께 오는 12월 31일 점용기간(30년)이 만료된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민자역사 세 곳을 국가 귀속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가 장기간 점유했기 때문에 경쟁 입찰을 통해 새로운 사업자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지난 1991년 영업을 시작한 이후 27년 만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부터 롯데 측에 영업중단 관련 공문을 통보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차업체들은 점용기간 만료를 최근에 접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롯데 영등포점 임차업체 간담회 <사진=뉴스핌> |
이 자리에 참석한 수 십 여명의 임차업체 관계자들은 크게 분노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민자역사 계약기간이 어떻게 될거라는 얘기는 하나도 없다가, 롯데 측에 공문을 보냈다는 주장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공문만 보내고 사후관리는 하나도 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이런 상황이 예견됐을텐데 시정잡배가 하듯이 결정을 하느냐"면서 "정부나 기업을 신뢰해서 입주하고,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렇게 무책임한 결정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임차업체 대표나 백화점 직원들은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직원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이 곳에서만 20년 이상을 근무했는데 새로운 기업이 입찰을 받아서 들어온다고 해도 우리 일자리는 보장되지 않는 것"이라며 "당장 생계가 달린 문제"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기간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1~2년 정도 임시사용 기간을 부여하기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오늘 말씀하신 부분을 기록해서 추가 검토·논의 할 게획"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임차업체 관계자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 임차업체 대표는 "매장 인테리어에만 1억이 들고 매장을 꾸미는데 들인 인건비도 만만치 않은데 2년 후에 나가라는 것"이라며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만 5년 이상이 걸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생계 문제를 강조했다. 롯데백화점이 폐업하지만 생계를 위협받는 것은 근무하는 직원이나 입점업체라는 것이다. 롯데와 협의를 해서 임대료를 더 받고, 상인들의 부담은 덜어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설명회는 한 시간 넘게 진행됐다. 공단 측은 임차업체 대표단을 구성하면 추후 대화 자리를 이어가겠다고도 약속했다.
영등포 롯데백화점 임차업체들이 역사 국가귀속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핌> |
[뉴스핌 Newspim] 장봄이 기자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