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 기사는 9월 22일 오후 3시52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김지유 기자] 앞으로 건설업계에서 재건축 조합에 제공하는 무상 이사비는 1000만원 이하로 조정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수천만원에 이르는 이사비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사회통념' 안에서의 이사비 지원은 문제가 없다는 방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국은 지금까지 재건축사업에서 건설업계가 제공하고 있는 통상적인 이사비 규모인 1000만원 이하 수준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반포주공1단지나 잠실주공5단지와 같은 인기 재건축단지를 수주하려는 건설사는 분담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무상 이사비를 제공할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법적 해석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국토교통부와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건설사가 제시할 수 있는 무상 이자비 상한선을 1000만원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예전에는 건설사에서 200만~300만원 수준으로 이사비를 지원했고 최근에는 통상 이사비로 수백만원 정도, 1000만원 안에서 지원이 됐다"며 "법률자문 결과 이사비 지원 금액의 범위가 제시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금액 상한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사회통념 안에서 허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조합에서 적당한 이사비 지원 규모를 책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법률자문 결과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사비 무상 지원은 사회통념을 넘어선 과도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사 지원의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시공사 선정을 목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위배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 <사진=이형석 기자> |
이번 재건축조합에 대한 이사비 지원 논란은 현대건설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의 시공사로 선정되면 1가구당 7000만원씩 이사비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발단이 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보다 앞서 부산 촉진3구역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롯데건설이 이주촉진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제시한 것도 과도한 수준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촉진3구역은 500만원 무상 이사비를 제시한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따로 시정조치를 내리지는 않았다는 게 국토부의 이야기다.
다만 국토부와 서울시는 재건축 이사비 지원 규모에 대해 법령으로 명확한 범위를 제한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두 기관은 재건축 무상 이사비 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책정하도록 하는 지침을 사업시행승인권을 가진 각 자치구에 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재생협력과 관계자는 "그 동안 이사비 지원이 통상 1000만원 이하로 지원됐다가 최근에 수천만원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논란이 된 것"이라며 "관할구청을 통해서 재건축조합에 지침이 내려가게 될 것이고 법에 위배되는 과도한 이사비 지원은 시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건설업계는 재건축 무상 이사비는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제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건설업계는 이번 국토부의 무상 이사비 유권해석에 대해 수용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방침은 법에서 명확하게 이사비 지원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상식선을 벗어난 금액을 지원하면서 재건축시장을 과열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무상 이사비는 항목을 바꾼 형태로 조합원들에게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추가 무상 금액을 제공해 분담금을 내리는데 쓰거나 내년부터 부과되는 재건축 부담금을 건설사가 대신 내주는 형태다. 또는 공사비를 내려 더 품질이 높은 주택을 지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이름만 바꾼 채 무상 이사비가 그대로 지급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무상지원이 있을 때마다 국토부가 이번처럼 유권해석을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건설사가 이익을 덜 남기고 조합원에게 돌려준다는 행위를 정부가 문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이윤을 줄여가며 조합 집행부가 아닌 조합원 모두에게 무상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은 공익을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로 인해 일반분양가가 올라가더라도 분양 여부는 수분양자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는데 가능한 일도 아닌 만큼 정부가 개입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좋은 품질의 주택을 분양 받을 것인지 현금을 받을 것인지는 순전히 조합원이 선택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