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케이뱅크의 1차 유상증자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서 케이뱅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케이뱅크가 연내 1500억원 규모의 2차 유상증자에 착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1000억원 규모의 1차 유상증자에서 10%가 넘는 실권주가 발생한 탓에 2차 유상증자의 변수도 커졌다.
2차에서 이보다 큰 규모의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더 이상 무의결권 전환주(종류주) 발행으로는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27일 유상증자 납입일에 약 89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받을 예정이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유상증자 규모인 1000억원에서 약 10% 이상 부족한 규모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19개 주주 중 다날 등 7곳이 유상증자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실권주 중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일부를 인수하고 나머지 110억원 가량을 KT가 종류주로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는 연내 추가로 진행될 2차 유상증자라는 평가다.
심성훈 케이뱅크은행장이 지난 4월 KT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케이뱅크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케이뱅크> |
지금까지 케이뱅크는 종류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초기 설립 당시부터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등 3대 주주에게만 종류주를 적극적으로 배정해온 것. 여기에는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지분을 10% 이상 늘릴 수 없다는 점이 주효했다. 종류주에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KT가 종류주를 포함한 10% 이상 지분을 보유해도 규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실권주를 KT가 종류주 형태로 받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이 종류주에는 보통주 전환권이 붙어 있어 주주가 원하는 시기에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지만 은산분리 규정이 완화되지 않는 이상 KT가 이 전환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종류주 발행총량이다. 상법에 따르면 종류주는 전체 주식의 25% 이내로만 발행할 수 있다.
기존 케이뱅크는 전체 발행주식의 15%만(750만주)을 종류주로 발행했지만 이번 유상증자 과정에서 종류주를 신주의 20%(400만주)로 발행했다. 여기에 실권주에 따른 종류주 전환 주식 약 220만주를 포함하면 유상증자 이후 총 주식의 종류주 비중은 20%까지 상승하게 된다.
만약 연내 진행될 2차 유상증자에서도 신주의 20%가 종류주로 발행되고 다시 7개사 주주에게 실권주가 발생한다면 종류주의 발행 비중은 발행 한계까지 치솟을 수 있다. 기존 7대 주주 외 다른 주주가 추가로 유상증자에 불참하게 될 경우에는 KT가 종류주로 실권주를 배정받는 방식이 막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케이뱅크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실권주를 인수할 제3의 주주를 물색하거나 금융사인 우리은행, NH투자증권에서 실권주를 인수해야한다. 하지만 제3 주주의 등장에 대해 전체 주주들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에서도 실질 지배력을 KT가 행사하는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려고 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이런 케이뱅크의 고민은 이달 초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한 카카오뱅크와 차이가 크다. 상대적으로 주주가 많고 단일 대주주 금융사가 없는 케이뱅크의 증자는 앞으로도 따져야 할 경우의 수가 많고 복잡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게 있어 1000억원 규모 증자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규모이고 예정이 됐었음에도 불구하고 실권주가 발행했다는 것이 포인트”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유상증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