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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없는 은행] 키오스크가 뭐야?

기사등록 : 2017-10-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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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까지 은행 창구와 똑같은 업무 가능
접근성 떨어지고 상품 다양치 못해…실효성은 지켜봐야

[뉴스핌=이지현 기자] 빨간 대기번호 표시판, 책상, 그리고 건너편에 앉아 있는 은행원. 은행 창구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그런데 요즘 몇몇 은행에 독특한 창구가 생겼다. 번호판도 책상도, 심지어 직원도 없는 곳, 바로 ‘디지털 키오스크(Kiosk)’ 창구다. 은행 옴니채널 전략에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지난 2015년 업계 최초로 신한은행이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우리은행도 들여놨다.

키오스크는 은행 창구업무를 그대로 할 수 있는 기계다. 즉석에서 신규 통장 개설이나 발급, 체크카드 실물 발급도 가능하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할 수 없는 업무를 오후 9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 바이오정보 등록만 하면 은행업무 90%까지 볼 수 있어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앞 우리은행.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창구 대신 ‘365일 Banking Zone’이라는 네온사인 간판 아래 큼지막한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디스플레이에는 ‘예금·펀드·대출·환전/송금·카드·온라인뱅킹’ 등의 업무가 가능하다는 안내 화면이 떠 있다.

우리은행 디지털키오스크 서울역 지점과 안내화면<사진=이지현 기자>


디지털 키오스크로 업무를 보려면 이용 전에 바이오 정보 등록 및 인증이 필수다. 비대면 기반이어서 철저한 신원 확인을 거쳐야 한다. 기존 우리은행 고객이라면 기기 상에서도 바이오 정보 등록이 가능하다. 신분증을 투입구에 넣고 자동 스캔이 되면 상담원과 바로 연결된다. 화상 상담을 통해 몇 가지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 뒤 홍채·지문·정맥 중 등록하고 싶은 바이오 정보를 선택하면 된다.

상담원 안내에 따라 기기의 센서에 손을 갖다 대니 1분 만에 정보 등록이 완료됐다. 총 3분여의 바이오 정보 등록 절차를 거치고 나면 모든 은행 창구업무를 볼 수 있다. 현재 우리은행 키오스크는 창구업무의 90%까지 처리가 가능하다. 단 해당 은행에 계좌가 없다면 바로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없으므로 창구를 먼저 들러야 한다.

◆인터넷·모바일서 불가능한 업무, 오후 9시까지 이용 가능

키오스크의 가장 편리한 점은 은행 업무시간 이후에도 은행 창구에서만 가능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것. 최근에는 모바일, 인터넷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상품에 가입하기가 쉽지만 체크카드 즉시발급이나 보안카드 발급은 꼭 창구에 가야 한다. 키오스크는 통장 입출금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 가입은 물론 대출 상환, 해외 송금 등도 가능하다.

지루한 대기시간도 없다. 은행 창구와 달리 디지털 키오스크에서는 앞의 이용자가 줄을 서 있지 않은 이상 기다릴 일이 거의 없다. 여러 디지털 키오스크 창구를 돌아다녔지만 줄을 서는 곳은 보지 못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업무를 키오스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은행의 업무시간이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접근성 떨어지고, 금융상품은 일부만 탑재

다만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일단 기기 자체가 얼마 없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우리은행은 전국에 48대, 신한은행은 수도권 거점에 28대를 각각 운영한다. 이용시간의 제약도 있다. 은행 영업시간 외에도 업무를 볼 수 있다지만 은행이 문을 열기 전인 오전 7시 30분에는 불가능했다.

신한은행은 영업점 내에 '스마트라운지'라는 별도의 키오스크 부스를 운영 중이다.<사진=이지현 기자>


바이오 정보 등록이나 금융상품 가입도 상담원 연결이 가능한 오전 9시~오후 9시까지만 할 수 있다. 휴일에는 정오~6시까지만 상담이 가능하다. 또 기기에 탑재된 펀드 등이 창구나 인터넷만큼 다양하지 못하다. 기기의 용량 때문인데, 은행 측에서는 상품 구성을 점차적으로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실효성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여기에 은행을 찾는 고객 대부분은 이 기기 사용에 미숙하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그렇다. 이용이 어렵다 보니 업무 처리시간도 적지 않게 걸린다. 한 은행 직원은 “펀드 등 금융상품 가입에 대한 상담도 화상상담에서는 자세히 이뤄지지 않다 보니 창구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은행 비대면 채널이 워낙 잘돼 있어 키오스크가 굳이 필요하냐는 의문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과 은행 비대면 채널의 활성화 등으로 효용성이 애매하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과 대면을 합쳐놓은 것이지만, 요즘은 웬만한 건 비대면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보니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차라리 비대면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 은행들이 키오스크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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