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대우건설이 약 3조원 가량으로 '호가'가 책정됐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보유 지분 가치를 3조원 정도로 평가한 것. 매각공고 전 지분 가치를 재검토해 예상 매각가격을 애초 계획보다 2000억~3000억원 높게 잡았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의 매각가격을 2조7000억~3조원으로 평가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금액이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사옥<사진=이동훈기자> |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었으나 예상 매각가를 다시 검토하자는 의견이 있어 이번주 금요일께로 연기됐다”며 “영업이익과 해외시장 경쟁력 등을 고려해 지분 가치를 초기 책정가보다 2000억원 정도 높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우건설의 주당 가격이 바닥 수준이지만 매각 일정이 본격화하면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말 매각 주간사가 평가한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지분 가치는 2조5000억원 안팎이었다. 이보다 예상 매각가격이 높아진 이유는 실적이 당분간 개선될 전망인 데다 해외수주 기대감도 반영된데 따른 것이다.
대우건설의 올해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고치인 8000억~9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작년 ‘어닝쇼크’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있지만 내년에도 영업이익 규모가 유지될 것이란 게 산업은행의 내부 진단이다.
주택공급 실적 1위인 만큼 기성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익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사업 부문의 연간 매출액은 3조4000억원 정도다. 매출 원가율 80%를 반영할 경우 주택사업에서만 연간 6000억원대 영업이익이 가능하다. 미분양 주택이 거의 없고 해외 잠재손실은 대부분 털어낸 상태다.
물론 대우건설 매각가격은 산업은행의 마음대로 결정되진 않는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으로 3조원을 손에 쥐려면 주당 가격이 1만2000만원을 뛰어넘어야 한다. 대우건설 주당 가격이 7300원 수준이란 점을 고려할 때 인수의향서(LOI) 접수까지 주가가 64% 상승해야 가능한 수치다. 인수기업 미래 가치를 내다봐 현재 주가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지만 차이가 너무 크다면 현실적으로 3조원대 매각은 쉽지 않다.
3조원에 대우건설 보유지분을 팔아도 산업은행으로선 손해를 보게 된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을 인수하는데 들인 돈은 3조1000억원 정도. 여기에 기회 비용 등을 감안하면 손실 액수는 더 커진다.
매각공고가 2주 정도 늦어져 전체적인 일정도 다소 지연됐다. 이달 말 LOI 접수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내달 둘째 주로 미뤄졌다. 본계약 일정도 오는 12월 중순 이뤄질 예정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3조원에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해도 투자금을 모두 회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가치를 높게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매각 희망가격이 계속 높아지면 건설 업황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인수 기업의 자금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