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동석 기자] 경제개혁연대는 1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29.4%를 취득한 데 대해 "회사 기회 유용과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있다"면서 SK㈜와 SK하이닉스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공개적 답변을 요구했다. SK는 최 회장이 책임 있는 오너로서, 국내 반도체 산업육성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8월 17일 SK㈜는 ㈜LG가 보유하던 LG실트론(현재 SK실트론 주식회사로 사명 변경) 지분 51%를 현금취득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또 SK실트론 잔여지분 49% 중 KTB PE가 보유하고 있던 19.6%를 SK㈜가,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 채권단이 보유하던 29.4%를 최태원 회장 개인이 인수하기로 하는 TRS(총수익스왑) 계약을 각각 맺었다.
이에 따라 SK㈜와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됐다.
SK실트론은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제조를 주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012년 상장 실패 후 영업실적이 다소 저조했지만 작년 12월 기준 매출액 8264억원, 영업이익 332억원 등 실적 개선을 이뤘고, 올해 상반기에도 이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SK실트론을 SK㈜가 100% 인수하지 않고 SK㈜의 이사인 최태원 회장에게 29.4%의 지분을 인수하도록 한 점을 문제삼았다.
경제개혁연대는 SK실트론의 주식은 지주회사인 SK㈜ 또는 사업연관성이 높은 SK하이닉스가 취득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SK실트론의 지분 전량을 지주회사인 SK㈜가 매입하지 않고 일부를 최태원 회장에게 취득하도록 한 것은 회사기회 유용 의혹이 있는 것으로, 현행 법령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는 회사기회유용 외에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고 있는데, 그 대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의 회사로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20%(상장회사 30%) 이상인 경우 거래금액 등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돼 있다.
TRS 거래는 기본적으로 계약 당사자가 자본이득(손실)을 부담하는 성격이 있는데다 최태원 회장은 콜옵션 행사 조건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태원 회장은 현재 비상장회사인 SK실트론의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는 명백한 불법인지 여부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사익편취 규제 등 입법취지를 무색케 하는 거래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SK㈜ 측은 이사회에서 사업기회 유용에 저촉되는지 검토했는데 아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SK는 "이미 실트론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였다. 잔여지분을 확보할 재원을 다른 사업기회에 투입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해외 업체들의 지분 참여 시도가 있었던 상황에서, 최 회장이 책임있는 오너로서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조동석 기자 (dsch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