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금융위의 행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간 금융위의 정책 집행이나 회의록 및 문서들이 비공개 원칙이었던 탓에 국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본 것.
혁신위는 더불어 금융당국을 비롯해 금융공기업 및 금융사들의 CEO 인사 절차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행정혁신위원회 논의현황 및 1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우선 혁신위는 금융행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헌 혁신위원장은 금융위의 주요 회의체인 금융위원회와 증선위원회의 경우 의사록 공개가 부실하고 안건도 비공개로 운영된다"면서 "또 금융위 일반 행정문서의 80% 이상이 비공개로 처리되는 등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행정 과정에서 금융산업정책과 감독행정업무가 상충하는 경우 산업정책을 중시함에 따라 케이뱅크 특혜 인가와 같은 논란이 있다고 봤다.
이에 혁신위는 금융위 및 증선위 회의 의사록이나 일반 문서를 원칙적으로 공개하고, 예외적인 경우만 비공개하라고 권고했다. 더불어 금융위가 산업진흥정책과 감독업무를 수행할 때 이해상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개선방안도 모색할 것을 당부했다.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금융행정혁신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혁신위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투명성도 지적했다. 조선업·해운업 구조조정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까지 '서별관 회의'로 불리는 비공식 회의체를 통해 결정됐고, 논의 내용도 비공개되는 등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다는 것.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등 출자회사 관리 비효율성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경영 능력이 부족한 비전문가를 CEO로 선임하고 자회사 매각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혁신위는 금융위에 기업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과정도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기보다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 제도 육성 방안을 마련해 상시적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권고했다.
최근 논란이 된 금융당국 및 금융회사 CEO 인사와 관련해서는 투명성과 공정성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윤 위원장은 "금융권 인사 문제에는 금융회사뿐 아니라 금융당국과 금융공기업 등이 모두 포함된다"면서 "최근 금감원 채용비리의 경우는 조직의 수장이 이를 엄격히 막아야 한다고 본다. 금감원 내부 쇄신 방안에 대해서는 혁신위에서 검토 중이며 보고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의 인사 문제는 정부가 개입할 경우 관치 금융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제왕적 CEO 문제가 있는 만큼 금유위가 내부 인사 절차가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모범 규준을 제시하는 수준으로는 규제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당국에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혁신위는 금융위에 금융권 지배구조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 방안, 금융권 CEO 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운영 차원에서의 공정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외에도 혁신위는 케이뱅크 등에서 불거진 인허가 문제와 관련해 금융업권별 인가 기준을 일관성 있게 재정비하고 인허가 매뉴얼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부적 판단이 어려운 법령해석 등은 중립적인 외부기관으로부터 의견을 구하라고도 당부했다.
한편 금융행정혁신위는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8월 말 민간전문가 13인으로 구성됐다. ▲금융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 ▲인·허가 재량권 행사의 적정성 확보 ▲금융권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금융권내 영업관행 개선 등을 논의한다.
혁신위는 오는 11월 말까지 운영한 뒤 12월 중에 최종 보고서를 마련해 금융위원장에 권고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