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저울질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자산 매입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전망이다.
이는 일부 투자은행(IB)의 예상과 일치하는 것으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통화정책 정상화의 윤곽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 <출처=블룸버그> |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익명을 요구한 ECB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ECB가 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내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ABN암로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등 일부 IB들이 이 같은 내용을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ECB는 내년 1월부터 자산 매입을 최소 50% 축소한 뒤 이를 9개월 이상 유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경기 부양을 위해 2년 6개월 가량 시행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내년 종료 수순을 맞게 되는 셈이다.
드라기 총재를 포함한 ECB 정책자들은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위기 모면과 실물경제 개선을 근거로 내세워 경기부양책을 축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ECB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자산 시장의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를 종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ECB는 이 같은 내용의 테이퍼링 방안을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책자들은 자산 매입 종료 시점을 공개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외신들은 드라기 총재가 필요한 경우 자산 매입을 지속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금융시장의 혼란과 충격을 차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BN암로의 닉 쿠니스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비전통적 통화정책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라며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정책자들 역시 자산 매입을 축소해야 할 때라는 것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이 디플레이션 위기 상황을 벗어났지만 물가가 정책자들의 목표치만큼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올해 1.5%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ECB의 목표치인 2.0%를 미달하는 수치다. 내년 물가 상승 폭은 1.4%로 완만하게 후퇴할 것으로 IMF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유로화는 ECB의 이른바 ‘출구전략’에 대한 기대로 연초 이후 강한 상승 탄력을 보였다. ECB의 공식적인 자산 매입 축소 발표는 일정 기간 유로화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