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세훈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 선언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대통합 논의가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는 애초 박 전 대통령 출당 직후 통합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 선언이 양 진영의 역학관계에 영향을 주며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연장 후 처음으로 열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먼저 한국당은 당내 역학관계가 복잡해졌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자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잘못이 있으면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지도자의 참모습”이라며 “지울 것은 지우고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출당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가 당장 반발 조짐을 보이며 결집하는 양상이다. 박대출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물어 당적을 강제로 정리하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너무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박태흠 최고위원도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상황을 먼저 전달하고 당적 정리를 하더라도 본인이 스스로 하는 것이 더 올바르다"며 "박 전 대통령 측과 이러한 뜻을 전달하는 이런 과정으로 저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출당을 결정하는 당 윤리위원회는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일단 결정을 미뤘다. 당초 17일 또는 18일로 윤리위 소집이 예정됐지만, 박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 의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열리지 않았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스텝이 꼬였다. 통합파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바른정당 전당대회 후보등록 마감일인 26일을 탈당 마지노선으로 밝혔지만, 박 전 대통령 출당 논의가 미뤄지면서 탈당 결행시기를 국정감사 이후로 늦췄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탈당을 염두에 둔 분들은 11월 13일 전당대회 전 탈당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명분도 여론도 통합파에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핵심 친박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없이 통합파가 한국당에 들어가면 최소한의 명분도 건지기 어렵다. 한국당 인적청산이 난항을 겪을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질 개연성도 있다.
당내 여론의 흐름도 바뀌는 모양새다. 진수희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중립으로 관망했던 분들도 탈당하지 않는 쪽으로 기운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심지어 탈당파 중에서도 생각이 달라진 분도 있다고 듣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원외 인사 대다수도 이날 의원·원외위원장 정례 연석회의에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추진이 적절하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국당은 홍 대표의 방미 출국 일정인 23일 이전 징계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리위 결정에 따라 바른정당 통합파의 탈당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80번째 공판에서 "정치적 외풍과 여론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도 전원 사퇴하면서 재판은 파행을 예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다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