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거침 없는 사상 최고치 랠리를 펼치는 뉴욕증시와 달리 미국 채권시장은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일드커브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드러누운 것.
이 같은 일드커브의 이른바 플래트닝(평탄화)은 투자자들 사이에 향후 실물경기의 악화 혹은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는 신호로 통한다.
월가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 |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가 2만3000선을 뚫고 오르는 등 주가가 연일 고점을 높이며 투자자들의 경기 신뢰를 반영하는 상황과 대조적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2년물과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0.75%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2년물 국채 수익률이 이날 1.57%까지 오르며 9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한편 10년물 수익률은 2.33%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채권시장이 주식시장과 극명하게 엇갈리는 신호를 보내는 데 대해 월가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재닛 옐런 의장의 후임으로 매파 성향을 지닌 후보가 지명될 가능성이 잠재돼 있는 데다 정책자들이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조절에 실패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고, 이는 일드커브의 추이에 결정적인 변수라는 얘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데이비드 에애더 전략가는 월간 펀드매니저 서베이를 통해 “채권시장이 연준의 정책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큰 문제가 아니며, 통화정책이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일드커브의 평탄화가 지속,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뚫고 오르는 역전은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경고 신호로 통한다. 투자자들이 일드커브의 평탄화를 경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린지 그룹의 피터 부크바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일드커브가 현 수준에서 더욱 평탄화될 경우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왕으로 꼽히는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년물 수익률이 다시 뜨고 있고, 앞으로 더욱 상승할 것”이라며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금리는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식시장의 전략가들은 S&P500 지수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저금리 여건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인하가 기업 수익성과 주가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이와 달리 채권 투자자들은 연준의 연이은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가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