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최근 파죽지세로 오르는 일본 증시에 반영된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다우지수가 2만3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쓰는 등 글로벌 증시 상승세와 엔화 약세가 뒷받침 되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일본 총선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했는데 이에 대한 반성인 셈이다.
19일 도쿄주식시장의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2만 1500엔 선을 넘어서는 등 13거래일째 상승하고 있다. 1988년 이래 가장 긴 랠리를 기록하며 21년 최고치를 또 기록 중이다. 종합지수격인 토픽스(TOPIX)도 10년여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이로써 일본 증시는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가 절정을 이루던 재작년 여름 고점 기록을 모두를 갈아 치웠다.
이처럼 일본 증시가 '파죽지세'로 내달리고 있는 배경에는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등 기존의 경기 부양적인 정책들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중의원 의석 465석 중 3분의 2에 가까운 최대 303석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립 여당인 공명을 포함할 경우 아베 총리의 숙원인 평화 헌법 개정에 필요한 '절대 다수(super-majority)' 의석도 확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좌)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 <사진=블룸버그통신> |
그러나 일부 투자자와 분석가들은 이 같은 총선 결과에 대한 시장의 낙관론이 과장됐다고 말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SMBC닛코캐피탈마켓츠의 조나단 앨럼 전략가는 "아베의 완승으로 그의 경제 정책이 개편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당황스럽다"며 "선거 이전의 정책들과 비교해 크게 바뀔 것이 없다"고 말했다.
UBS자산운용의 이바야시 토루 일본 주식 책임자는 "경제는 더이상 새 정권에 최우선 순위가 아닐 것"이라며 일본은 "새로운 동인 또는 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아베노믹스의 열기는 식어가고 있다"며 아베 정책에서 새로울 것이 없는 만큼 총선 이후 최상의 상태는 "현상 유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소비세 인상 공약을 우려한다. 아베 총리는 조기 총선을 소비세 인상에 대한 여론을 시험할 기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아베 내각이 소비세를 인상한 이후, 일본 경제는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피켓자산운용의 마츠모토 히로시 일본 투자 책임자는 "아베가 반드시 좋다는 데에 확신하지 못하겠다"며 "완화적인 통화 정책 지속은 주식에 긍정적이겠지만 소비세 인상은 증시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본 증시가 뛰어 오른 것은 총선 기대 때문만은 아니다.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여건) 개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게 대다수의 견해다. 이와이 코스모 증권의 아리사와 쇼이치는 "올해 14% 오른 토픽스의 랠리가 더 이어질 여지가 있다"면서 총선 이후 실적 시즌에서 "기업들이 강력한 순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UBS자산운용의 이바야시 토루 책임자는 선거나 순익 모두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봤다. 그는 "내년 기업 순익이 최소한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지난 4개 분기 두자릿수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을 보였던 올해 4분기 토픽스 기업의 EPS는 1년 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닛케이225 평균주가지수 <자료=FRED, 쿼츠 재인용> |
한편, 쿼츠(Quartz)의 분석 보도에 따르면 닛케이지수는 21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1980년대 후반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비하면 아직 반토막 상태다. 시킹알파와 데일리에프엑스의 기술적 전문가들은 최근 닛케이 주가지수와 달러/엔 환율이 동조화를 벗어나고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강세장이 지속되려면 쉬어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