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정부가 24일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월성원전 1호기를 조기에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정부의 정책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신고리원전 5,6호기 원전 건설 재개와 함께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 방침을 발표했다.
◆ '조기 폐쇄' 더 큰 숙제 떠안은 한수원
정부가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때문에 지난 2015년 고리 1호기를 '영구정지' 했던 절차를 그대로 따를 것으로 보인다.
월성 1호기의 수명은 오는 2022년 11월까지 약 5년이 남았다. 한수원은 경제성과 정부의 정책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기폐쇄 시점을 결정해야 하는 또 다른 숙제를 떠안은 셈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함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후속조치 및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
한수원은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당장 운영중지를 결정할 수도 있고, 향후 적절한 시기를 택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조기폐쇄를 '권고' 형식으로 독촉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명이 5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과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감안하면 폐쇄 시기가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한수원 이사회의 배임 우려와 소송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최대한 신중한 판단과 함께 국민과 지역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한 이후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월성 1호기의 구체적인 폐쇄 시기는 한수원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고리 1호기(영구정지) 때처럼 정부가 권고할 수도 있지만 한수원이 나름대로 경제성을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영구정지 결정되면 13년간 해체 작업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최종 결정하면 향후 약 13년간 해체 작업이 진행된다(그림 참고).
우선 산업부와 협의를 통해 인허가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영변경 허가신청을 한 뒤 승인을 얻어야 한다. 원안위가 영구정지를 승인하면 최소 5년 이상의 안전관리 기간을 갖게 되고 이 기간 동안 해체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
이후 방사능을 제거하는 제염과정과 함께 해체작업이 추진되고 이후 약 2년간의 부지복원 과정이 이뤄진다.
정부의 로드맵에 따라 원전은 2017년 24기에서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등으로 단계적으로 감축되며, 모두 이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박원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관련해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보전하겠다"고 제시했다.
◆ '탈원전' 당위성 논란 여전…"공론화·법제화 필요"
하지만 원자력업계를 비롯한 다수의 국민들은 여전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특히 원전 감축과 같이 중요한 정책을 특정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것 자체에 무리가 있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 전반에 대해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으로 삼고 있는 것은 크게 2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과 최근 신고리원전 공론화 결과 과반에 해당하는 53.2%가 '원전 축소'를 지지했다는 것.
하지만 '원전 유지'(35.5%)나 '원전 확대'(9.7%) 등 현재의 원전정책을 지지하는 의견도 45.3%나 되기 때문에 찬반의견이 여전히 팽팽한 상황이다.
임영섭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그 내용은 말한 것도 없고 절차부터 문제가 크다"면서 "신고리 5,6호기뿐만 아니라 정부가 말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론화 결과 '원전 축소' 의견이 조금 더 많았다고 탈원전의 정당성과 명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특정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도 아니다"라면서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공론화와 함께 원전 축소 과정에서 원전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제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