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와 주요 산유국 통화의 동조화가 깨졌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최근 3개월 사이 나란히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캐나다 달러화와 러시아 루블화 등 관련 통화는 내림세를 보인 것.
멕시코 페소화 <사진=블룸버그> |
아울러 국제 유가와 남미 주요 상품 통화의 90일 평균 상관관계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으로 꺾여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캐나다 달러화가 완만하게 하락한 가운데 노르웨이 크로네화가 보합을 기록했고, 러시아 루블화는 4%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가 17% 급등했고, WTI 역시 11% 랠리한 사실을 감안할 때 이들 통화의 움직임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때보다 하락할 때 관련 통화가 강한 동조 현상을 보인다. 관련 통화의 수요 역시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역학관계를 인지하더라도 최근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데 투자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캐나다 달러화와 국제 유가의 상관관계는 0.15까지 급락, 3년래 최저치로 밀렸다. 지난해 초 상관관계는 0.7에 근접했고, 올해 초에도 0.5에 거래됐지만 최근까지 가파르게 떨어졌다.
토론토 소재 노바스코샤 은행의 숀 오스본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유가가 배럴당 40~60달러의 박스권을 뚫으면 상관관계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루블화의 경우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캐리 트레이더들의 수요가 연초 이후 상승 버팀목을 제공했지만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움직임이 투자 심리를 압박하는 것으로 진단된다.
노르웨이 크로네화 역시 중앙은행이 시장의 기대만큼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서 통화 가치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남미 지역의 상품 통화는 국제 유가와 탈동조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JP모간에 따르면 남미 통화와 유가의 상관관계는 마이너스 0.1까지 떨어졌다. 두 가지 지표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0.6을 웃돌며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 이들 지표는 올들어 수직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데 따른 멕시코 페소화의 하락 압박과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리스크를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협상 대표단은 이달 4차 회의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을 내년 1분기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멕시코가 미국의 최대 무역수지 적자 국가인 만큼 재협상이 좌초할 경우 페소화뿐 아니라 주식시장과 실물경기 전반에 작지 않은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단스크방크의 크리스토퍼 롬홀트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유가가 내림세로 가닥을 잡을 때 엇박자를 내는 상품 통화가 다시 강한 상관관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