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뷰티업계 '빅2'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3분기 성적표가 크게 엇갈렸다.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이 급감, LG생활건강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 LG생건·아모레G 영업익 2배 차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의 3분기 영업이익은 1323억5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7%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익도 1010억7700만원으로 39.7% 줄었다.
반면 LG생활건강의 3분기 영업익은 2527억원으로 전년대비 3.5% 증가했다.
이는 화장품과 비화장품 계열사를 합친 아모레퍼시픽그룹 전체 영업익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뷰티업계 양대산맥인 이들이 영업익 격차가 이처럼 벌어진 이유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영향이 크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매출의 90% 정도가 화장품 계열사에서 나온다. 이 중 30~40%는 면세점 매출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실적을 크게 좌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로드숍 브랜드들은 직타격을 맞았다. 이니스프리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 45% 감소했다. 에뛰드는 매출이 19% 줄었고, 7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관광객 유입이 줄어들면서 주요 뷰티 계열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신장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보다 생활용품과 음료사업 등 3각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 상반기 생활용품과 화장품, 음료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은 각각 25.7%, 52.2%, 22.1%이다.
2005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사업구조를 완성해온 덕분이다.
◆ 서경배 회장, 글로벌·디지털로 체질 개선 올인
아모레퍼시픽은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공략과 디지털 전략 강화로 체질 개선에 나서는 중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당장 눈에 보이는 매출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면세점 구매제한이라는 과감한 결정도 내렸다.
지난달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와 라네즈, 헤라 등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에 이어 이니스프리 같은 중저가 브랜드까지 면세점 구매 수량 제한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장기화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요우커)이 줄었지만 보따리상(따이공)들의 제품 싹쓸이 구매 조치를 막기 위해서다.
당장은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지만 보따리상들이 짝퉁과 진퉁을 섞어서 되팔거나 가격을 부풀려 파는 사례가 중국 현지에서 나타나 장기적 관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또한 북미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뉴욕에 1호 플래그쉽 스토어를 내며 북미시장에 진출했다. 미국에서만 판매하는 전용 상품 150종 이상을 포함해 900여종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라네즈도 미국 뷰티편집숍 세포라 144개 매장에 단독 런칭했다. 럭셔리브랜드 설화수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에뛰드하우스는 내년 초 두바이에 1호 매장을 열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몰을 연계한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를 강화하는 중이다. 이니스프리 매장에서는 가상현실(VR)체험존을 만들고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확대해 디지털 경쟁력을 키우는 중이다.
이달 초에는 정기 인사를 2~3개월 앞당겨 단행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이니스프리, 코스비전 소속 13명에 대한 조기 임원인사가 진행됐다. 이번 인사에서 이니스프리 대표이사를 맡던 안세홍 부사장은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니스프리 1호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아모레퍼시픽> |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