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올들어 파죽지세로 올랐던 이머징마켓 주요 통화의 약세 흐름이 두드러진다.
신흥국의 경제 펀더멘털부터 상품시장 추이, 선진국의 통화정책까지 새로운 악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관련 통화의 상승 날개가 꺾인 데 월가는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멕시코 페소화 <사진=블룸버그> |
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 1개월 사이 터키 리라화가 7%에 이르는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멕시코 페소화와 브라질 헤알화, 남아공 랜드화 및 콜롬비아 페소화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3% 선에서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루블화도 국제 유가 상승과 무관하제 같은 기간 2% 이상 떨어졌다.
연초 이후 신흥국 통화는 해당 지역의 주식 및 채권과 함께 강한 상승 랠리를 연출했으나 최근 들어 기류 변화가 뚜렷하다는 것이 월가 투자자들의 얘기다.
도이체방크가 집계하는 이머징마켓 통화 인덱스가 연초 이후 9월 말까지 12%에 달하는 상승 기록을 세운 만큼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의 배경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정상화부터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고위험 자산의 악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 기염을 토했던 신흥국 통화가 공격적인 ‘팔자’에 시달리자 추세 전환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씨티그룹의 루이스 코스타 애널리스트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일이 쉽지 않다”며 “신흥국 위험자산에 대한 매수 열기가 여전한 상황에 유독 통화가 가파르게 떨어져 투자자들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흥국의 매크로 경제 지표와 경상수지 적자 축소, 외환보유액 추이 등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연준이 금리인상을 추가로 단행할 전망이지만 차기 의장이 비둘기파 인물로 꼽히는 제롬 파월 이사가 지명된 만큼 관련 통화가 미국의 통화정책에 경계감을 보이는 것은 새삼스럽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제 유가를 포함한 상품 가격이 상승 탄력을 유지한 만큼 월가 투자자들은 신흥국 통화의 하락 전환을 설명하는 데 난색을 하고 있다.
유라이존 SLJ 캐피탈의 스티븐 옌 애널리스트는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신흥국 통화의 탄력이 한층 강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은 투자자들이 연준의 2018년과 2019년 금리인상 가능성을 그 동안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하고, 신흥국 자산에서 자금 이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관련 통화의 약세가 단기적인 움직임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골드만 삭스는 “신흥국 자산이 장기적으로 탄탄한 펀더멘털을 갖추고 있다”며 “밸류에이션과 이머징마켓 전반의 성장 측면에서 장기 전망이 낙관적”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