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변 집값과 비교해 저렴한데다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 준공 이후 집값이 주변과 비슷해지는 상향 평균화 현상도 매력적이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청약 열기는 오히려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통상 주변 최고 집값보다 10% 정도 낮은 가격에 공급된다. 하지만 신규 분양물량은 새 아파트 프리미엄이 있는 만큼 결국 최고 집값수준과 같아지거나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이 시세차익은 고스란히 수분양자가 얻게 되는 것이다.
리얼인베스트먼트 최준서 부사장은 “분양가가 저렴하게 분양되면 입주 이후 가격은 주변 집값을 따라 오르는 게 일반적”이라며 “집값 안정화를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다지만 저금리와 청약수요 증가로 인기 지역의 경우 ‘로또’로 평가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꼽히는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주요 지역의 청약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올해 서울지역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완판됐다. 평균 경쟁률은 168대 1, 최고 경쟁률은 510대 1까지 치솟았다. 일반 분양이 142가구에 불과하고 잠원동 노른자위에 들어서는 입지가 장점으로 주목받았다.
잠원동 ′신반포 센트럴자이′ 견본주택에 입장하기 위해 방문객이 길게 줄을 선 모습. ′로또′ 아파트란 소문에 경쟁률이 최고 510대 1까지 치솟았다.<사진=GS건설> |
청약열기를 내뿜은 더 큰 이유는 저렴한 분양가다. 주변 랜드마크 단지인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와 비교해 분양가가 평균 10% 정도 낮은 3.3㎡당 4250만원에 결정됐다. 당첨만 되면 전용 114㎡ 기준으로 3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새 아파트라는 장점까지 더하면 시세차익은 더 커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개포시영)’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3.3㎡당 분양가가 4160만원으로 예상보다 낮아져서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당시 최고 234대 1, 평균 4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건설사의 중도금 집단대출이 지원되지 않음에도 실수요와 투자자가 대거 몰렸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리서치실장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공급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기 지역의 경우 청약자가 더 몰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입지가 검증된 지역의 분양 물량은 당분간 경쟁률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급자의 수익성은 줄어들 여지가 있다.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정비사업은 조합이 사업자다. 일반분양으로 발생한 수익금이 중요한 재원으로 쓰인다. 하지만 예상보다 낮은 금액에 일반 분양가가 결정되면 상대적으로 조합원들의 부담이 증가한다. 건설사도 자체사업의 경우 분양가를 낮춰야 해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추진하는 분양가상한제는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가격을 산정해,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정한 제도다. 적용대상 지역은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지역 중 ▲1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곳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일반주택은 5대 1, 국민주택규모(85㎡) 이하는 10대 1을 초과한 곳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곳 중 하나라도 해당할 경우 선정할 수 있다.
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자체사업과 정비사업 도급공사 수익성이 악화할 개연성이 높다”며 “비인기지역은 분양시기를 늦추는 것을 포함해 분양사업을 다소 보수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