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3일 오전 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소환하면서,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국정원장 3명이 모두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이병호·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청와대 지시에 따른 상납’이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검토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이날 오전 9시30분 이병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초기 때 남 전 원장이 월 5000만원이었던 상납액을 후임자인 이병기 전 원장 시절에 2배로 증액된 경위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40억원대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의혹에 관련해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상납된 특활비 규모는 남 전 원장 시절 5000만원에서 이후 매월 1억원으로 늘었다. 이를 통해 청와대에 흘러들어간 돈이 총 40억여원이다.
이 돈을 ‘수금’한 사람은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으로, 이재만 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비서관, 정호성 전 비서관이다. 이재만·안봉근 비서관은 특가법상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등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가 하면,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활동에 “MB가 지시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곧 이명박 전 대통령 조사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이달 말 이 전 대통령이 소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댓글 공작 등 정치 관여로 구속된 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인 2010년부터 박근혜 정부인 2014년까지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사이버 정치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상납한 의혹을 받는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의 댓글 활동 공작을 비롯해 ▲BBK에 대한 ‘다스 투자금 회수’ 개입 ▲국정원의 보수단체 지원에 개입 ▲군 사이버사 정치 개입 ▲‘MB블랙리스트’ 비판 활동에 개입 ▲야권 지자체장 사찰 및 제압 활동 ▲박원순 서울시장 비판 활동 등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인천국제공항에서 바레인으로 출국 전 “군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의 정치 관여를 지시했냐”는 취재진 질문에 “상식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말라”며 일축했다. 지난 1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시작된 이 전 대통령 출국금지 국민청원은 13일 오전 8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 내부 분위기가 매우 무거운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전직 두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적폐청산’이라는 문재인 정부 최대 목표 사이에서 신중함과 책임감이 뒤엉킨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