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현정 기자]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대폭 삭감했던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거치면서 상당 부분 '부활'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쪽지예산'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뉴시스> |
14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SOC에 17조7159억원을 책정한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토목 성장을 지양하고 복지를 늘리겠다며 지난해보다 20%(4조4195억원) 삭감했다.
하지만 국토교통위 심의를 거치면서 20조838억원으로 13.4%(2조3679억원) 늘어났다. SOC 예산 가운데 해양수산부의 항만 등 3조원을 제외하고 국토부가 지출·관리하는 14조7000억원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16.1%나 증가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에 열을 올리면서 SOC 예산을 대거 늘린 것이다.
세부 항목별로는 ▲철도건설 5594억원 ▲고속도로 및 국도건설 4984억원 등 건설 관련 예산이 대폭 늘었다. 이 밖에 ▲철도 유지보수 및 시설 개량 3405억원 ▲지방하천정비 1483억원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 575억원 ▲노후공단 재정비지원 373억원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보전 280억원 등이다.
고속도로 건설 사업의 원활한 용지보상 및 적기 준공을 위해 화도∼양평 구간이 60억원 증액됐으며 파주∼포천 200억원, 김포∼파주 구간 100억원이 증액됐다. 양평∼이천 구간의 조속한 사업 추진이 될 수 있도록 4억원의 예산을 신규로 추가했다.
반면 ▲남해 다이어트 보물섬 조성 사업 18억7900만원 ▲도시건축 연구사업 5억원 ▲발전거점형지역계획 시범사업 3억원 ▲자동차안전하자 심의위원회 운영비 1억2600만원 등 총 28억1900만원은 감액됐다.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안의 액수도 다소 조정됐다. 무주택 서민층에 대한 주택 구입 자금과 저소득 서민 전월세자금 지원 확대를 위한 주택 구입 전세자금 5000억원 등 총 6000억원이 늘었다.
지난 9일 국토위 마지막 전체회의에서는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이 동해선 스크린도어 설치비 200억원을 반영시켰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시재생뉴딜사업 관련 예산 100억원을 되살렸다. 안 의원은 국토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논의 과정에서 삭감된 도시재생 사업 관련 예산을 재논의해달라고 요구했다. 도시재생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이자 국토부가 힘을 싣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또한 경기도 현안인 천안-광명 간 도로(금호로) 광역도로 추가 지정 예산 109억원과 충북 지역 현안인 천안과 청주공항 간 복선전철 예산 10억원도 증액됐다.
이종훈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으로 쪽지예산이 더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며 "건설 수요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평가를 반영해서 왜 필요한지 판단하고 바뀌어야 하는 절차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SOC 관련 증액 요청을) 개별로 하게 되는 경우에는 의원 실명제가 필요하다"며 "국정감사도 증인 실명제를 하지 않나. 상임위에서도 예산 증액이 이뤄지는 경우 요청한 의원이 있으면 실명제를 하는 것도 쪽지예산을 막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SOC 예산은 이날부터 열리는 예결위 소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조현정 기자 (jh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