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국내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애써 외면하며 천덕꾸러기로 만들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비트코인을 매매대상으로 하는 선물 상품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15일 가상화폐 시장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연내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CME는 지난 8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비트코인 선물 상품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비트코인이 사실상 제도권 시장에 편입한 셈이다.
비트코인 선물 상장은 향후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 거래가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가격 변동성도 차츰 안정화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비트코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앞서 미국 뉴욕주, 워싱턴주 등은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규제도 구체화시켰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금 이동 면허 취득 및 송금 문제에 대한 손해보전 등의 법을 준수해야만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문제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이미 가상화폐가 합법적 화폐, 교환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남미의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 등 자국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나라에서는 사실상 대중화된 통화로 자리 잡았다.
물론 모든 국가가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가상화폐 규제를 진행하는 중국은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한 데 이어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도 무분별한 ICO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ICO를 금지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가상화폐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화는 안개 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에 대해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것은 무분별한 투자를 정부에서 보증해준다는 의미가 될 수 있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사실 가상화폐는 정부가 컨트롤 할 수 있는 통화와 달리 익명성으로 인해 조정 및 관리가 불가능한 화폐다. 때문에 이를 정부에서 어떻게 다뤄야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다. 다만 이를 관리하거나 규제할 법안조차 없는 상황은 해외 다른 국가의 적극적인 태도에 비춰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가상통화 TF’를 구성했지만 지금까지 제도화에 대해서는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오히려 정부는 가상화폐에 10%의 부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세가 현실화되면 가상화폐 시장 자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반대로 시장은 정부보다 발빠르게 가상화폐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9월 가상화폐 담당 애널리스트를 선정해 시장 분석 리포트를 내게했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말 ‘비트코인 투기에서 투자로’라는 85페이지의 보고서를 냈고, 이달에도 가상화폐 관련 보고사를 3건이나 발행했다.
당초 가상화폐를 ‘튤립사기’에 가까운 거품이라고 취급하다 달리 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임혜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 확대는 비트코인이 투기대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며 “향후 규제 도입으로 비트코인 거래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면 투자자산으로서 비트코인 가치가 더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