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현정 기자] 유승민 대표가 지난 13일 최악의 위기 상황에 빠진 바른정당을 이끌어갈 선장으로 등극하면서 '개혁보수'란 기치 아래 당을 계속 생존시킬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 대표는 '중도·보수 대통합'을 내걸고 야권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 대표의 화해 제스처에 사실상 퇴짜를 놓으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9명 의원의 탈당 사태로 이미 당내 갈등이 깊어진 데다 잔류 의원들의 추가 탈당도 우려되고 있어 유 대표의 발걸음은 출발부터 무겁기만 하다. 향후 행보 또한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13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후보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 "만날 생각 없다" vs "개혁의 파트너"
보수대통합을 외치는 유 대표와 보수야당의 적통을 자부하는 홍준표 대표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유 대표는 이틀 동안 국회 예방 일정을 소화했다. 당권을 쥐고 첫 인사에 나서는 자리였지만 유 대표를 향한 홍 대표와 안 대표의 태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당초 유 대표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당원대표자회의)가 끝난 직후 홍 대표를 예방할 계획이었지만 한국당으로부터 거절 의사를 전달 받았다. 이후 재차 예방을 요청했지만 '만날 생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홍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 그들과 같이 하는 것은 당내 분란만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 문을 닫고 그들의 실체를 국민들이 투표로 심판하도록 하겠다"며 바른정당과 통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유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와 어떤 자리에서든 만나 앞으로 국회에서 두 당 간 협력·연대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생각이 있지만 수 차례 연락에도 사실한 한국당에서 거부하고 있다"며 "예방조차 거부하는 졸렬한 작태를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달 내 중도·보수 대통합의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 논의에 군불을 때는 모양새다. 중도·보수 통합 논의가 출발부터 국민의당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안 대표를 예방한 유 대표는 "김동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으면서 안보와 경제, 민생과 한국 정치 개혁에 대해 생각이 많이 일치한다고 생각했다"며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협력할 부분이 굉장히 넓다고 생각했다"고 공감대를 나타냈다.
안 대표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기득권 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라며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일에 대해 깊은 논의와 협력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유 대표는 또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서로 국가 미래를 위해 힘을 합쳐보자는 취지로 협력과 정책 연대 등을 통해 공통 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양당) 원내대표 간 (법안 통과 등) 약속한 건 최대한 지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와 선거연대 구상에 대해 국민의당 일부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발이 극심하다. 박지원 전 대표는 유 대표에게 "YS식 3당 통합 제의를 국민의당에 안 해주시길 바란다"며 노골적으로 통합 논의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민통합포럼이 주최한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바른정당 유승민(왼쪽)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 당권 거머쥐었지만 당 수습…'넘어야 할 산'
결국 침체된 바른정당호를 유 대표의 '리더십'은 지금부터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된 것이다.
집단 탈당 사태로 두 동강 나면서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진 당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수습하고 안정시켜야 하며, 교섭단체 지위 상실에 따른 입지 축소와 한계, 국고 보조금 대폭 감소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현실적인 제약도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남은 11명의 의원을 잘 다독여 추가 탈당을 막는 것이 가장 급한 숙제로 꼽힌다. 자강파인 잔류파 의원들은 앞서 통합파 의원 9명이 탈당, 한국당으로 복당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내부 갈등을 빚었다. 통합파와의 갈등 뿐 아니라 자강파 내부에서도 충돌이 생기면서 갈등은 커졌다.
자강파들이 '한달 안에 중도 보수 통합 논의를 진전시킨다'는 것에는 합의했지만, 유 대표가 기한 내 가시적인 성과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언제든 추가 탈당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바른정당은 이미 9명이 탈당했고 추가 탈당 가능성도 있다"며 "보수 대통합을 이야기했지만 그 중심인 바른정당이 가장 취약해 특별한 역활을 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정책연대를 하겠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정책연대는 집권 세력일 경우 연대하면서 주고받을 때 의미가 있다"며 "야당에서 정책연대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책은 똑같으면 당연히 같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 대표와는 최근에 비교적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국민의당 전반적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면이 많아 당장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조현정 기자 (jh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