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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스트레스 받느니 결혼 포기할래요” 여성 비혼 선언의 이유

기사등록 : 2017-1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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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이유 미혼서 사생활 존중하는 ‘비혼족’ 증가
사춘기? 갱년기? 며느리 애환 웹툰 ‘며느라기’ 인기
비혼족 “결혼 강요보다 양성평등 문화 정착이 우선”

[뉴스핌=오채윤 기자] 서른네살 커리어우먼 윤모씨는 5년째 연애 중이다. 윤씨는 집에서 "나이가 몇 인데, 결혼은 안하고 연애만 하느냐"는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잔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윤씨는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 결혼 후 형성되는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가 부담스럽다고 한다.

윤씨처럼 결혼을 자발적으로 미루는 젊은층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각종 지표에 따르면 '비혼주의'를 선포한 싱글족이 급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미혼이거나 동거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42%에 달한다. 10년 전에 비해 3%포인트 증가했다.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열풍은 젊은층에서 상대적으로 많다. 35세 미만 성인의 경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61%까지 치솟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5%포인트 상승곡선을 그렸다.

비혼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를 지칭하는 미혼과 달리 '결혼을 적극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특히 자유로운 생활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기존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미루는 것과 다른 이유로 비혼을 선택하는 '비혼족'들이 많아지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 조사 결과 30대 남녀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공통적으로 꼽은 이유는 '자유로운 생활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 비중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았다.

'가부장적인 가족문화가 싫어서', '직장과 가정생활을 다 잘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를 꼽은 여성도 전체의 10%를 넘어섰다.

윤씨는 "서른 넘어서 '결혼은 언제 할 거니? 결혼해서 얼른 애 낳아야지' 같은 질문을 부쩍 많이 듣게 됐다"며 "지인들이 결혼하고 난 후 달라진 생활을 많이 접하다 보면 결혼할 마음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가부장적인 가치를 고수하고 있는 남자친구의 가족을 보면, 시댁 구성원의 일원이 되는 것을 선뜻 택하기 어렵다"며 "남자친구와 관계보다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연재 웹툰 '며느라기' 캡처]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연재 웹툰인 '며느라기'가 '2017 오늘의 우리만화'로 선정됐다. '며느라기'는 한 여성이 결혼해 맞벌이 가정을 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신혼인 여성이 평범해 보이는 일상 안에 깔린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인식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가 밝힌 '며느라기'의 뜻은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시기'다. 웹툰의 댓글 창에는 '어제 봤던 풍경이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며 공감하는 여성들의 의견이 가득하다.

'며느라기'가 큰 인기를 끈 것은 아직도 가부장적인 가족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발적 비혼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37·여)씨는 "결혼을 하고 안하고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비혼은 결혼과 마찬가지로 삶의 방식 가운데 하나로 존중받아야 한다"며 "사회가 정해 놓은 결혼과 출산 시기에 얽매여 결혼을 강요하기보다 먼저 양성평등적인 가정 문화를 갖추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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