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KB금융지주 주주총회를 계기로 노동이사제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관련법을 개정해 공공기관이 조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나 국회 문턱을 넘는 게 관건이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의원 입법 발의 형태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개정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박광온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운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에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근로자 대표 및 시민단체 추천을 받은 사람을 각각 1인씩 비상임 이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공기관은 노동자와 시민단체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는 비상임 이사를 최소 2명 선임하라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관계자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의원 입법 발의 형태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광온 의원이 발의한 공운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올라갔다.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서 개정안 검토 작업을 시작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장을 통과하면 그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개정안 통과 후 처음으로 비상임 이사를 임명할 때부터 적용된다.
뒤집어 얘기하면 정부가 개정안 처리 전까지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요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기관에 가점을 주는 방식도 정부가 검토한다고 알려졌지만 기재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공공정책국 관계자는 "(노동이사제 도입)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경영평가 때 가점을 준다느니 하는 얘기는 너무 앞서간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 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우회로를 택했다. 주요 공공기관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키로 한 것. 해당 기관 지분을 보유한 노동조합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제안하면 국민연금기금이 주주총회에서 노조 손을 들어주는 방식이다. 이번 KB금융이 대표 사례다.
다만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한 이런 방식이 금융권 밖 공공기관으로 퍼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반 상장회사 주주 제안권 사용 문턱이 금융사보다 높아서다.
관련 법에 따라 금융권 노조는 의결권 지분 0.1%만 갖고 있어도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일반 상장회사는 의결권 지분 3%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일반 상장회사 주주제안권 사용 문턱을 낮추려면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까지 정부는 상법 개정을 검토하지 않는다.
한편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 부문에서 노동이사제를 먼저 도입한 후 민간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