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원 기자] 미국 등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정보기술(IT) 분야에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IT 기업의 부상에 글로벌 IT 강자 구도에도 균열이 생기며, 중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텐센트, 알리바바는 올해 ‘글로벌 시총 4천억달러 클럽’에 진입한데 이어, 3분기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IT 최강’ 자리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 글로벌 IT 기업 '빅7' 구축
‘미국 기업 천하’였던 전세계 IT 시장의 경쟁 구도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빅5’ 체제가 깨지고 중국 대표 IT 기업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합류한 ‘빅7’구도가 만들어진 것.
이들 7개 IT 기업은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10대 기업’을 장악하고 있다. 시총 합계는 4조2500억달러(약 4680조원)으로 지난해 일본 GDP 규모에 육박한다.
실적 규모만 놓고 보면 아직까진 중국기업과 미국기업간 격차가 큰 게 사실이다. 3분기 실적 기준 애플 매출은 526억달러(약 58조원)로 텐센트의 5배, 알리바바의 6배에 해당한다. 순이익도 애플 107억달러로 텐센트, 알리바바의 4배에 달한다.
하지만 성장세 측면에서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단연 앞서 나간다. 3분기 주요 IT 기업 실적을 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2% 증가에 그친 데 비해, 텐센트, 알리바바는 6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텐센트 7년 이래 최고 매출 성장률이며, 알리바바는 IPO 이래 분기별 최고 성장률 기록이다.
순이익 증가율은 더욱 눈에 띈다. 3분기 알리바바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무려 146%가 증가했다. 텐센트도 69%가 늘며 실적 호조세를 기록했다.
◆ 주가 상승세 ‘파죽지세’
올해 글로벌 IT 기업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며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이 이어진 가운데,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주가 상승세가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들 기업 주가는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올랐고, 시총은 4천억달러(약 440조원)를 돌파하며 세계 IT 기업 시총 ‘4천억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17일 기준 텐센트와 알리바바 시총 규모는 3조8641억홍콩달러(4946억달러), 4739억달러로 아마존(5356억달러), 페이스북(5201억달러)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한때 ‘막강한 경쟁자’로 불렸던 현지 IT 기업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모습이다.
중국 유력 매체 21스지징지바오다오(21世纪经济报道)에 따르면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시총 규모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百度)의 5배이며, 중국 2대 전자상거래인 징둥(京东)의 8배에 달한다.
그 외 90년대 후반 중국 IT 열풍을 견인하며 ‘중국 1세대 IT 기업’으로 여겨지던 왕이(網易), 신랑(新浪)의 시총은 480억달러(약 53조원), 75억달러(약 8조2500억원)로,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몇십분의 일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텐센트는 상대적으로 다각화된 수익 구조를 갖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부각된다. 텐센트 주요 매출 비중을 보면, 인터넷게임 41%, SNS 23.4%, 인터넷 광고 16.9%로 분야별 매출 기여도가 고르게 높다.
실제 텐센트는 자사 최고 인기게임인 왕저룽야오(王者榮耀, 왕자영요)가 지속적인 인기를 끌면서 3분기 모바일 게임 매출 182억위안(약 3조150억원)을 달성했다. 그 외 지불결제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같은 기간 전년동기대비 143%가 증가하며 120억4400만위안(약 2조원)을 기록했다.
알리바바는 상대적으로 단일화된 수익 구조를 갖고 있지만 △중국 소매 분야 수혜 △신산업 성장 잠재력 등을 바탕으로 추가 성장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중국 유통ㆍ소매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알리바바가 업계 선점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소매 판매 중 온라인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중국 유력 매체 왕이차이징(網易財經)은 업계 전문가 인터뷰를 인용, 중국 IT 기업의 추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매체는 “업계 선두기업과 중국기업간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지만 중국기업의 추격이 빨라 시장 판도가 언제 바뀔지 예상하기 힘들다"며 "향후 글로벌 IT 최강자를 향한 미국과 중국기업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원 기자 (mshwangs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