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지난 2000년 기록한 '닷컴 버블' 고점을 깨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와 관련 장비 제조업체 30곳을 추적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1% 올라 지난 2000년 3월 고점 기록을 넘어섰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닷컴 버블 최고치를 넘어선 지 2년 여만이다.
◆ 반도체지수, 올들어 48% 상승.. 작년 초 이후 '두 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반도체 수요 증가와 업계의 기록적인 이익, 전례 없는 규모의 인수 합병(M&A) 덕분에 올해 이 지수는 48%나 상승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작년 초 이후 무려 두 배나 뛴 것이다. 지난 20일에도 마벨 테크놀로지는 캐비움을 약 60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반도체 업계의 M&A 규모는 1500억달러 이상에 달했다. 이달 브로드컴의 퀄컴 1300억달러 인수 제안은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았다.
반도체 사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의 주가는 올해 큰 폭으로 뛰었다. 당초 컴퓨터와 휴대폰으로만 국한됐던 반도체 용도가 최근 들어선 세탁기부터 자율주행차량 분야까지 확장하고 있다.
◆ IT가 글로벌 증시 랠리 주도.. 이번에도 과열?
최근 반도체 업체가 포함된 정보기술(IT) 업종은 글로벌 증시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기술 업종과 두 번째로 상승률이 높은 업종(소재)간 수익률 차이는 1999년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페이스북과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아마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8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올해 1조4000억달러 불어났다.
일부 전문가는 과열 현상을 우려한다. 반도체를 비롯한 IT 업종의 주가 움직임이 지난 2000년 닷컴 버블과 유사성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크레디트스위스는(CS)는 기술주에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CS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기술 업종은 과대 평가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지난 1999년에는 미국 기술주의 주가수익배율(PER)과 S&P500지수의 PER 차이는 20에 달했지만, 현재 기술 업종의 PER은 21배로, 18배인 S&P500지수와 차이가 3 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 IT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많아지고 부채는 줄고 있기 때문에 재무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CS는 설명했다. 루프 캐피탈 마켓츠의 벳시 반 히스 분석가는 "반도체 업종이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이 분야를 부정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