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이 8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은행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첫 동계올림픽이라는 특수성을 제외하더라도 이번 동계올림픽은 각별하다. KEB하나은행이 올림픽 공식 스폰서로 등장함에 따라 이른바 엠부시(매복‧ambush) 마케팅의 한판 승부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현재 평창동계올림픽 마케팅 준비가 한창이다. 다만 분위기는 이전 올림픽과는 차이가 크다.
현재 평창동계올림픽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4월 111억원을 후원하면서 공식 스폰서 자리를 꿰찼다. 요컨대 이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분명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평가는 주효하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KEB하나은행 외에 다른 은행은 올림픽을 언급하거나 올림픽 마스코트, 국가대표 선수라는 단어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없다. 국내 은행권에서 올림픽 경기에 대한 스폰서가 나타난 것은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외환은행이 스폰서를 맡았던 이후 처음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자원봉사자 발대식이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자원봉사자들이 발대식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이 때문에 지금까지 금융권에서 관대했던 엠부시 마케팅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사실 지금까지 공식 스폰서가 없던 은행권의 올림픽 마케팅은 모두 엠부시 마케팅으로 진행됐다. 엠부시 마케팅이란 올림픽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연상하도록 해 간접 효과를 보는 마케팅 기법이다.
예를 들어 SBI저축은행은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러시아에서 애국가가 세 번 울리면’ 전 지점에서 빵과 커피, 홍대 거리공연, 봅슬레이 연맹에 지원금 등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마케팅으로 내걸기도 했다. 올림픽이라는 단어는 전혀 없었지만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의 금메달 겨냥한 마케팅이었다.
KB금융 역시 엠부시 마케팅의 강자로 꼽힌다. 김연아 선수를 일찍부터 후원해온 KB금융은 소치 동계올림픽 전후로 김연아 선수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면서 사실상 동계올림픽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막대한 후원금을 낸 KEB하나은행 입장에서는 이런 엠부시 마케팅에 올림픽의 과실을 양보할 수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KEB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올림픽 전용상품인 ‘하나된 평창’을 판매하는 등 일찌감치 마케팅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다만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도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국가대표선수에 대한 후원을 통해 엠부시 마케팅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KB금융지주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기대주인 최다빈, 쇼트트랙 심석희·최민정, 스켈레톤 윤성빈, 봅슬레이 원윤종·서영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아이스하키, 컬링 국가대표팀도 후원하는 중이다. KB금융은 이들 국가대표선수들에 대해 KB국민은행과 KB증권의 전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마케팅을 본격화하는 중이다.
신한지주 역시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유력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이광기, 크로스컨트리 유망주 김마그너스, 프리스타일 스타 남자 모굴 최재우 등을 후원하고 있다. 이외에 주요 종목인 알파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노르딕복합 등 6개 설상 종목의 국가대표팀을 공식 후원 중이다.
이들 대표팀은 공식 후원받는 기업의 로고를 복장에 노출시키게 된다. 공식 스폰서를 맡은 KEB하나은행과 KB‧신한의 총성 없는 마케팅전쟁이 이뤄지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림픽은 브랜드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거대한 비즈니스 마케팅의 장”이라며 “매번 올림픽마다 펼쳐진 공식 스폰서와 엠부시 마케팅의 경쟁이 이번에는 금융권에서 벌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