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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내년 임신중절 실태조사 추진…논의 진전될 것"

기사등록 : 2017-11-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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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청원 답변…2010년 이후 8년 만의 재개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도 사회·법적 논의 따라"
피임 교육·비혼모 지원 등 정부 차원 대책 마련

[뉴스핌=정경환 기자]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과 관련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6일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고 "(임신중절)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의 임신중절 실태조사는 과거 5년 주기로 진행됐으나 2010년 조사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내년에 실태조사가 실시된다면, 8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조 수석은 이날 "이 문제는 매우 예민한 주제"라며 "낙태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함의를 담고 있기도 해 낙태라는 단어 대신에 모자보건법이 사용하고 있는 임신중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겠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하는 제로섬으로는 이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다"며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둘 다 우리 사회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도 다시 한 번 낙태죄 위헌 법률 심판을 다루고 있어 새로운 공론장이 열리고 사회적, 법적 논의가 이뤄질 전"이라고 말했다.

<자료=청와대>

조 수석에 따르면, 2010년 조사 기준으로 임신중절 추정건 수는 한 해 16만9000건에 달하지만 합법 시술은 6%에 불과하다. 또, 임신중절로 인해 실제 기소되는 규모는 한 해 10여 건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 해 2000만 명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절 시술을 받고, 이 가운데 6만8000명이 사망했다는 조사를 2006년 공개한 바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80%인 29개국에서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해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조 수석은 "2012년 헌재가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대 합헌이 4 대 4로 팽팽했다. 합헌 의견은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했고, 위헌 의견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했다"며 "태아의 생명권은 매우 소중한 권리지만 처벌 강화 위주 정책으로 임신중절 음성화 야기, 불법 시술 양산 및 고비용 시술비 부담, 해외 원정 시술, 위험 시술 등의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태조사 재개와 헌재 위헌 심판 진행으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이라며 "자연유산 유도약의 합법화 여부도 이런 사회적, 법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임신중절 관련 보완대책이 추진된다. 청소년 피임 교육을 보다 체계화하고, 여성가족부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 전문 상담이 시범적으로 더 강화된다.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도 구체화되고, 국내 입양 문화 정착까지 종합적으로 대책이 마련될 예정이다.

조 수석은 "막막한 당사자들을 지원할 계획이다"면서 "임신중절 관련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현장 정보가 쌓여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상의 것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은 물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비혼이든 경제적 취약층이든 모든 부모에게 출산이 기쁨이 되고 아이에게 축복이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국가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답변은 '30일간 20만 명 이상이 추천하는 청원의 경우 마감 뒤 30일 이내에 각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등 책임 있는 당국자가 공식 답변을 하겠다'는 청원 사이트 운영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

이번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은 지난 9월 30일 등록, 최종 23만5372명의 동의를 얻었다.

조 수석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서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면서 "이번 청원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낙태죄 폐지 청원 외에도 청와대 등 당국자의 답변 요건을 채운 청원은 더 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9월 25일 처음으로 답변 요건을 채운 '소년법 폐지' 청원에 대해 '형벌을 강화한다고 범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지난 17일 등록된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 청원에는 현재 22만9689명이 동의했다.

'30일 내 20만 명 이상 추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국민적 관심이 큰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대한 답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은 지난 9월 6일 등록 이후 지금까지 5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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