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가 하락 압박을 받으면서 엔화와 금값이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새로운 의장 취임 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가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확산된 데 따른 결과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혁안 시행 여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달러화에 하락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27일(현지시각)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장 초반 0.6% 떨어지며 110.87엔에 거래됐다. 환율이 111엔 아래로 떨어진 것을 지난 9월18일 이후 처음이다.
장 후반 달러의 낙폭이 다소 축소됐지만 엔화에 대해 0.45% 내렸고, 유로화와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각각 0.25%와 0.1% 떨어졌다.
금값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장중 한 때 온스당 1300달러 선을 넘어선 뒤 상승분을 일정 부분 반납했다. 금값이 1300달러 위로 오른 것은 6주만이다.
달러화 약세가 금값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다는 것이 월가의 진단이다. 금 선물은 지난해 말 이후 13% 가량 뛰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금값 상승폭은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제롬 파월 연준 차기 의장 지명자의 취임과 공석인 부의장 인선, 여기에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를 포함한 일부 정책자의 사임이 예정된 가운데 내년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롬 파월 <사진=블룸버그> |
통화정책 기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달러화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MUFG의 리 하드만 외환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지난 한 주 사이 연준 정책자들이 저조한 인플레이션에 대해 경고한 데 따라 내년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씽크 마켓의 나인 애슬람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번주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특히 중요하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담과 영란은행(BOE)의 스트레스테스트, 여기에 연준 정책자들의 연설이 연이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28일로 예정된 파월 지명자의 청문회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수순에 나선 연준의 향후 정책 기조에 대한 힌트를 기대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와 별도로 엔화 강세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즈키 히토시 일본은행(BOJ) 정책위원이 내년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0%에 근접할 때 일드커브 목표치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내년 엔화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엔화는 11월에만 달러화에 대해 2.4% 상승했고, 연초 이후 5% 이상 뛰었다.
RBC 캐피탈은 투자 보고서를 통해 “미국 상원의 세제개혁안 통과에 따른 달러화 상승보다 불발에 따른 달러화 하락이 더욱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