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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양섭 최주은 김지완 기자] '사드 해빙기'를 맞아 중국 자본의 국내기업 투자를 위해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한달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게 M&A(인수 합병)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철저하게 전략적투자자(SI) 중심의 딜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사드 이슈 전 우후죽순 진행됐던 중국 투자유치 분위기에서 바뀌었다.
29일 대형로펌 중국팀 변호사 A씨는 "사드 사태 이후 지지부진하던 딜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한중 정상회담 이후 딜을 진행하기에 앞서 태핑(tapping, 수요조사)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투자자금의 성격에 대해 그는 "국내 업체들은 중국 사업 네트워크를 원하고, 중국 자본들은 중국보다 우수한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지분을 보유해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며 "단순한 재무적투자자(FI)보다는 전략적투자자(SI) 성격의 자금이 많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한 M&A담당자도 "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단계까진 아니지만 최근 물밑 작업이 진행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증권업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워렌 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 회장이 이끄는 푸싱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국내 일부 증권사들과 국내기업 인수 또는 투자를 위한 자문계약을 추진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규엽 대성자산운용 대표는 "중국 푸싱그룹은 2014년 한국 AIG에 투자할 당시 농협보다 더 높은 금액을 써냈지만, 고용안정성 등의 이유로 인수에 실패했다"며 "이후 사드 악재가 나오면서 한국내 투자활동이 중단됐다가 최근 한국투자를 재개했으며 약 5000억원 규모로 바이오/게임 업종에 대한 투자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4년 중국 금감원 베이징대표처 대표로 재직할 당시 푸싱그룹과 AIG 딜을 직접 연결시킨 바 있다.
중국기업들의 투자형태는 대체로 조인트벤처(JV)설립, 유상증자, 전환사채(CB)투자 등이다.
대기업중에선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농기계업체와 조인트벤처(JV)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3일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농기계업체 로볼(LOVOL, 雷沃)과 50대 50 지분으로 JV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내년 초 중국에 ‘LOVOL두산’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소형 디젤엔진인 ‘G2엔진’을 현지화해 LOVOL 농기계에 우선 공급한다. LOVOL는 중국 산동성에 위치, 건설기계, 농기계 등 생산, 2015년 기준 연간 12만대의 농기계 판매중인 업계 1위 업체다.
이에 대해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요처 확대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의 엔진사업부 외형 성장 및 제품믹스 변화에 의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인 영어교육 콘텐츠업체 이퓨쳐는 최근 중국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이퓨쳐는 이달 초 중국의 온라인 교육기업 ‘17 Zuoye’에 전자책(e-book) 콘텐츠를 공급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기현 이퓨쳐 부사장은 "한달전과 분위기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그동안 홀드된 딜이 재개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중국 대형업체에서 조인트벤처(JV) 요청이 들어온 상태인데, 구체적인 조건 등을 조율중"이라고 덧붙였다.
게임업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역시 중국 JV 설립을 통해 현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장현국 위메이드엔터 대표는 지난 9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중국 내 조인트벤처 설립은 이미 샹라오시에 법인 설립이 완료됐고 지분투자 등 파트너사와의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상장기업 투자 사례도 눈에 띈다. 중국 현지 매체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 팍스테크놀로지(PAX TECHNOLOGY)가 최근 국내 사무용 기계 및 장비 제조업체인 광우정보통신 주식 80%를 인수했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에 상장된 중국기업도 한국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내 상장 중국기업인 정밀코팅필름업체 GRT는 지난 23일 국내 기계장비 전문업체인 프로템(PROTEM)과 해당 업체에 지분투자를 위한 포괄적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GRT 관계자는 "상장 전부터 한국 내 다수의 기업과 전략적 사업제휴를 타진해왔으며 이번 프로템과 MOU 체결을 통해 한-중간 비즈니스 협력 모델 구축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 자본의 투자 방향이 최근 '하이테크'쪽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자본의 투자 업종 트렌드 변화에 대해 A 변호사는 "사드 사태 전에는 엔터나 게임, 콘텐츠 투자에 중국 자본들의 관심도가 높았지만 최근엔 반도체 장비·소재, 디스플레이, 2차전지, 화학 등의 업종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최주은 김지완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