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인도는 정치 및 정부정책, 산업환경, 기업차원 등 다방면에서 불확실한 시장입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해외에 진출할 때 여러 가지 불확실성의 전제 하에 의사결정을 합니다. 거시경제가 안정적인지, 원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지, 노동력 공급도 안정적으로 가능한 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김무수 우리은행 전 첸나이 지점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뉴스핌 인도포럼'에서 '인도 금융기관 활용을 통한 진출 전략'의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인도는 듀얼 이코노미입니다. 560개 이상의 왕국으로 형성됐으나 영국이 2차 대전에서 패배하고 인도라는 나라를 만들어서 넘겨줄 때 자연적으로 흡수 통합됐습니다. 이 바람에 왕국이 없어졌지만 실제로는 왕국이 존재합니다. 신분제가 존재합니다. 사회 밑바닥에 신분제가 있다고 인식하시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도 정부는 메이트인 인디아, 스타트업 인디아 등으로 여러 가지 개혁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이 정책이 성공해서 외국인 투자가 많이 들어오고 인도 내에서 제조업이 부흥해 수출이 되면 인도는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도가 지금까지 하지 않다가 왜 모디 정부 이후부터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지 보겠습니다.
인도의 국민총생산(GDP)은 2004년부터 평균 9% 성장을 기록하고 그 중 11% 이상 성장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5.7%로 낮아졌습니다. 작년의 화폐개혁을 통해 통화량의 86%을 거둬 들었습니다.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상태입니다. 인도 정부가 돈을 풀고 있지만 그 돈이 기업대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1인당 GDP는 평균 1600~1800달러 정도입니다. 글로벌 평균의 15% 수준입니다. 이게 인도의 취약점입니다. 내수시장도 불안합니다. 경제의 58% 정도를 내수에서 커버해야 하는데 개인이 돈 쓸 수 있는 포션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건 구매력평가기준(PPP)으로 바꿔도 6000달러 수준입니다. 글로벌 수준에 못미칩니다. 그래서 무디스나 피치같은 국제신용평가기관도 이 두가지 포인트를 인도의 취약점이라고 지적합니다.
물가상승률은 평균 6% 이상이었지만 최근에 3%대로 떨어졌습니다. 굉장히 좋은 현상이지만 근데 이건 인도의 수입량이 줄어들었고, 원유에 의존하는 비율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인도의 수입량이 늘어나면 이게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인도는 무역수지가 만성 무역적자입니다. 1년에 평균 1000억달러 적자가 일어납니다. 경상수지도 항상 적자이며, 정부재정수지도 적자입니다. 정부부채가 현재 GDP대비 68% 이상입니다. 1조7000억달러의 정부부채가 있습니다. 인도는 이를 외채로 커버하고 있습니다. 현재 외채가 4800억달러입니다.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지요. 해외직접투자도 늘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또 환율도 살펴봐야 합니다. 2011년 44~45루피 수준에서 2012년 57루피 수준으로 급락하고 지금 현재는 65루피까지 약세가 되고 있습니다. 현지로 진출했던 기업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많이 팔았다고 수익이 났다고 좋아했는데 과실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인도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만성적인 무역수지, 경상수지, 재정적자의 개선을 통한 과다한 정부부채 축소가 필요합니다. 모디정부가 인도를 일으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모디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화폐개혁이나 통합간접세(GST), 토지, 노동법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향후 거시경제를 안정시키고 민간 투자를 유도해야 합니다. 그렇게 재정건전성을 촉진한다면 신용등급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인도의 경제에서 제조업은 17% 밖에 안됩니다.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물건을 팔아야하는데, 수출보다 항상 수입이 많죠. 그런데 1인당 GDP는 낮습니다. 이런 양극화된 시장을 어떻게 활성화 시킬 수 있을지, 중산층을 어떻게 크게 만들 수 있을지 이게 인도의 숙제입니다.
우리는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씁니다. 맞습니다. 인도에는 13억 이상의 인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시장으로 볼 수 있는 비중은 15~25% 정도 밖에 안될 것 같습니다. 일반 중소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시장인 겁니다.
그렇다면 인도를 어떻게 진출해야하는가. 이제까지 말씀드린 걸 바탕으로 인도진출전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인도는 엄청나게 큰 나라입니다. 아주 장기적인 안목으로 길게 보면서 천천히, 끈기있게 접근해야합니다. 또 배워가고 익혀가면서 접근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싸니까 덤벼들면 아주 힘든 시장입니다.
인도인을 이해하기 위해 한 신화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인도의 힌두철학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간질을 좋아하는 신이 시바신과 그 부인인 파르바티에게 가서 맛있는 망고를 주며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주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시바신은 아들인 가네쉬와 크라테케아에게 '우주를 먼저 세바퀴 돌고온 사람에게 망고를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카라테케아는 공작을 타고 은하를 달렸습니다. 반면 가네쉬는 부모 앞에서 놀기만 했습니다. 크라테케아가 3바퀴를 돌고 돌아올 때, 놀던 가네쉬는 갑자기 제 부모 주변을 3바퀴 돕니다. 그리고 "나의 우주는 나를 나아준 부모다"라고 말합니다. 시바신은 가네쉬에게 망고를 주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크라테케아는 객관적인 시각을 뜻합니다. 하지만 가네쉬는 아주 주관적인 시각이죠. 나만의 우주, 나만의 가치관입니다. 저는 감히 이것을 인도인의 기본정신으로 말하려고 합니다. 현지생활을 하면 이런 일이 많습니다. 인도인의 80%가 힌두교인 만큼 이런 시각이 인도인의 베이스에 있습니다.
그러니 인도문화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인은 자신의 역사, 전통문화에 자부심이 깊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경제적 우위에 있다고 폄하하거나 하면 안됩니다.
또한 인도인은 협상을 좋아합니다. 기본적으로 불경과 리그베다도 수천년간 구술로 전해졌을 만큼 말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인도인과 협상을 하면 조심해야 합니다. 천천히, 조심하면서 요모조모를 따져봐야 합니다. 한국인은 목표지향적인 성향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협상에 임하면 끌려가게 됩니다.
한국의 코트라처럼 일본에는 JETRO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 서베이를 했습니다. 인도에 진출한 기업 1000개가 있는데 성공기간을 보니 아세안에서는 3~5년정도가 걸렸는데 인도에서는 5~10년이 걸렸습니다. 아주 장기적으로 봐야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나만의 핵심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인도인은 모방을 굉장히 잘합니다. 또한 저가제품은 인도와 중국사람들이 잡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한국보다 5~20% 정도 가격이 싸다고 합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모방하기 어려운 원천기술을 가져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나만의 기술로 어떻게 잘 공략할지, 지역특징이 어떤지 잘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전에 정보를 미리 줘서 우리의 기술이 채택될 수 있도록 시장관리를 해야합니다. A/S가 확실하도록 신경쓸 필요도 있습니다. 베이스가 잘 안되면 공략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전략으로는 바이어를 공략할 때 한국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일본기업에게 먼저 다가가는 게 좋습니다. 돈을 더 주더라도 인도, 중국보다 퀄리티가 있는 한국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일본기업을 공략해 인지도를 높이고나서 현지 인도기업을 넘어서는 걸 추천합니다.
거래는 현금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외상은 일단 잘 받아주지 않습니다. 인도는 불신의 시장인 부분이 있습니다. 잘 아는 관계에서는 외상도 통용되지만 우리같은 이방인이 가면 절대 안됩니다. 때문에 현찰로 거래하고, 보험 등의 안전망을 확보하길 권합니다.
현지 에이전트를 고용해 돌다리도 두드려보십시오.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면 하세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현지거래처를 만날 때는 아직도 인도가 신분제가 있기 때문에 주요결정은 보스가 하는 보스문화가 있습니다. 때문에 상대방의 키맨이 누구인지 파악해 협상해야 합니다.
철저한 내부통제시스템은 인도 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인도는 보스문화가 많아서 직원들에게 자기 포지션을 알려주고 그 역할만 하도록 만드는 게 안전합니다.
또 현지문화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힌두문화, 보스문화, 카스트제도 등을 베이스로 포지션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야 합니다.
컨틴전시 플랜도 늘 갖고있길 권합니다. 누가 사표를 낸다고 해도 '왜 이제내니'라고 반응할 정도로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 현지인 인사책임자가 현지인을 통제하고, 대표는 중요한걸 결정하는 운영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직접 투자할 경우에는 합작은 하지 마십시오. 삼성도 처음에 합작으로 진출했다가 나중에 단독으로 바꿨습니다. 일본 혼다도 26년 간의 합작을 청산했습니다. 혼다는 인도 내수를 확대하려는데 합작사는 수출을 원했기에 방향이 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정부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현지에 가서 보면 대기업이 먼저 가서 깃발을 꽂고 기업들이 모여 대응하는 구조입니다. 주재직원 등에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현재 모디정부가 기업에 친화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것들이 진짜 하부기업들에게 얼마나 전파돼 우리기업들이 안심하고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될지 지켜봐야 합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