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 기자] "전망치라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증시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과 함께 전망치를 예측하는 증권사들의 부담도 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탄핵 정국에 주가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았던 증권사들은 새 정부 기대감 및 기업 실적 호조로 잇달아 최고치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일부는 예상밴드를 3차례 수정하기도 했다. 올해 초 많이 올라가봐야 2350선이라 예상됐던 코스피는 최소 2600선 이상으로 상향됐다.
예측이 수 차례 바뀌다 보니 리서치센터에서는 예상밴드 발표를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지수 예측만 가지고 번번이 증권사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상반기 이후 더 이상 예상밴드를 공개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월간 밴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구용욱 미래에셋센터장은 "현재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시장을 100%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지수 밴드만을 놓고 시장을 보면 왜곡이 생긴다"며 "수치 보다는 자산관리 측면에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전망치 예측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혹여 맞추더라도 다 실력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요새 개인이나 기관들은 숫자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증시가 올라가면서 변동성이 심해진 만큼 이제는 정확도 보다 방향성을 제대로 짚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증권가들의 목소리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밴드 자체 보다는 방향성과 근거가 중요하다. 올해 당사 코스피 전망의 주요 논리는 약달러와 그로 인한 외국인 주도 시장이었다"면서 "향후 상승트렌드가 지속될 것인 지, 주도 업종과 매수 주체에 대한 판단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외환위기 당시에도 코스피 기업 전체의 실적 전망을 내지 않았다. 변동성이 심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면서 "시장에 따라 수치는 달라진다. 숫자의 마력 때문에 모두 관심을 가지지만 가능하면 (수치 전망은) 안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센터장도 "결국은 로직(논리)"이라며 "주식시장의 상승과 하락요인을 잘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수치 제시는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주요 참고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지수 공개는 지속하겠지만 과도한 줄세우기는 지양할 것을 당부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하우스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업실적과 상황에 따라 전망은 자연스럽게 수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시황 변화를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전망치 발표를 확대하는 곳도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바이오·제약 비중이 커 그간 코스닥 전망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코스닥도 제시하려고 한다"면서 "이 지수를 참고하는 투자자들도 코스닥의 특성을 감안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