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민호 기자] 한 통일부 고위관계자가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경제지원보다는 북한의 체제붕괴 우려를 덜어주는 조치들이 교환되는 '신 협상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니며 북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고민의 일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통일부 청사 내부./뉴스핌 DB |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지난 4일 통일연구원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주제로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배포한 토론문을 통해 "북한의 핵능력은 2005년 '9·19 공동성명' 당시와는 달리 비약적으로 고도화됐다"면서 "(이 때문에) 북한에게는 그만큼 핵 포기의 기회비용도 커졌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동시에 3대 세습의 불안정성과 핵을 포기한 중동국가들의 몰락 사례들을 고려할 때 북한 입장에서는 체제 안보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졌다"면서 "따라서 기존의 비핵화 경제지원의 교환보다는 '비핵화-북한의 체제우려를 덜어주는 조치'들이 교환되는 새로운 협상구도를 한·미가 함께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실장의 주장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5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북한에게 제시하고 있는 '3NOs'(북한붕괴,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 불(不)추구)를 언급하며 "그러한 바운더리(한계) 내에서 여러 가지를 고민해보는 것"이라면서 "공식입장이라기보다는 고민의 일환이자 창의적인 접근법의 하나로 여기면 된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고, 최근에는 '핵보유 국가'임을 자처한 것을 감안할 때 이러한 구상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남북 간의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다는 차원에서는 일부 이해가 된다"면서도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존하고 더욱 임박해오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요구사항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그러한 구상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북한은 핵·미사일로 미국과의 협상을 추진하려 하기 때문에 현 정부의 접근법은 북한에게 호소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최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하면서 더욱 한반도 정세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를 보더라도 북한의 행동변화가 먼저 선행돼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공감을 얻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1월 29일 오전 평양인근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시험발사 현장을 찾아 참관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사진=북한 노동신문>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왜 개발하는지 그 목적을 알아야 한다"면서 "순전히 체제 유지를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걱정할 필요 없다. 현실은 결국 북한은 미국이라는 위협을 한국에서 떠나게 할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박 원장은 "북한의 궁극적 목적은 노동당 규약에도 분명히 명시해놨듯 무력적화통일"이라면서 "북한 재래식 무기 증가는 이러한 적화통일 관점에서 우려하면서 핵무기 개발은 왜 그렇게 보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동결은 대화의 '입구'이며 핵폐기는 대화의 '출구'라는 단계적·포괄적 접근법을 제시해 왔다. 그러면서 현재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견인하기 위해 제재와 압박에 주력할 때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영 매체 등을 통해 "대화와 대결은 양립할 수 없다"며 대북 제재·압박을 먼저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북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일련의 구상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현재 남북 간에 이러한 '동상이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