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혁안에 월스트리트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법인세 인하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섹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이동이 일어나면서 IT 섹터에 집중했던 펀드가 수익률을 대폭 토해낸 한편 소매와 통신 섹터의 하락에 베팅했던 공매도 세력은 단기간에 눈덩이 손실을 떠안았다.
월가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 |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혁안 통과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표정을 짓고 있던 월가 펀드매니저와 트레이더들이 때아닌 복병을 만났다는 지적이다.
6일(현지시각) 웰스 파고에 따르면 대형 IT 종목으로 구성된 펀드의 S&P500 지수 대비 상대적인 수익률 아웃퍼폼 규모가 11월 하순 3.2%포인트에서 최근 1.8%포인트로 떨어졌다.
이는 나스닥100 지수의 수익률이 S&P500 지수에 비해 5개월래 최대 폭으로 뒤쳐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아울러 미국 하원에 이어 상원이 세제개혁안을 통과시키자 투자자들 사이에 IT 종목의 ‘팔자’가 두드러진 결과다.
현행 35%인 법인세를 20%로 떨어뜨리는 내용의 개혁안이 의회를 최종 통과하더라도 이미 세율이 20%를 밑도는 IT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종은 어떤 수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주 펀드 매니저들 가운데 벤치마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인 수익률을 달성한 이들은 3분의 1에도 못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뉴욕증시가 수 십 차례에 걸쳐 최고치 랠리를 거듭한 가운데 새로운 모멘텀을 기다리던 투자자들이 세제개혁안을 구심점으로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서자 이에 따른 파장이 펀드를 강타했다는 분석이다.
홍역을 치르는 것은 공매도 트레이더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월마트를 포함한 전통 소매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 관련 종목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하락 베팅에 나섰던 트레이더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당 종목들이 법인세 인하에 따른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로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평가손실이 연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소매 섹터를 중심으로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비중 상위 종목들이 지난 4일 기준으로 12거래일 가운데 11일에 걸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3년간 목격되지 않았던 현상이다.
웰스 파고의 크리스 하비 주식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에서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무기력해지기 십상”이라며 “한 해 동안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최근 들어 월간 기준으로 ‘턱걸이’에 해당하는 성적을 기록했고, 하루하루 매매는 악전고투”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