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과 EU가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위한 밑그림에 대해 합의를 이뤘지만 난제는 지금부터라는 것이 중론이다.
8일(현지시각) 양측의 합의는 소위 이혼 합의금을 포함해 실질적인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걸림돌을 해소한 것일 뿐 통상 교역을 축으로 시장이 주시하는 핵심 쟁점을 둘러싼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다.
영국 국기와 유럽연합기 <출처=블룸버그통신> |
뿐만 아니라 450억유로(530억달러)로 추정되는 이혼 합의금과 아일랜드 국경에 대한 모호한 합의가 주요 쟁점에 대한 협상이 매끄럽게 풀리지 않을 경우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EU 정책자들 역시 협상 ‘2라운드’가 더욱 넘기 힘든 산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2019년 3월로 제시된 시한까지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중차대한 쟁점은 무역 협상이다. 일반적으로 무역 협상에는 영국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 거래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 업종을 무역 협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블룸버그는 무역협상에서 양측의 마찰이 발생할 경우 영국 내부의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메이 총리가 사퇴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정치권이 브렉시트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무역 현안이 협상 전체를 탈선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가 유럽은 물론이고 그 밖에 전세계 주요국과 자유무역의 확대를 의미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영국 기업들과 소비자들 역시 앞으로 전개될 무역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EU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교역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을 결정해야 하며, 이는 각 세부 항목을 모두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유럽 내부의 의견 절충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럽은 영국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의 44%를 차지한다. 지금까지 메이 총리는 영국이 EU의 단일시장과 관세 동맹을 탈퇴할 뜻을 밝혔을 뿐 이 밖에 쟁점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유럽개혁센터의 아가타 고스틴스카 야쿠보스카 연구원은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영국은 아직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며 “브렉시트 이후 EU와 관계에 대해 영국 정부는 구체적인 입장을 정립하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150만 영국인의 신분 문제도 난제 가운데 하나다. 8일 타결된 협상에서 유럽 국가와 영국 사이에 자유로운 이동에 관한 밑그림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런던 소재 로펌 바인드맨스의 리즈 브래트 이민 전문 변호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령, 프랑스에 거주하는 영국 시민이 이탈리아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영국에 거주하는 300만 이상의 유럽 시민도 마찬가지다. 메이 총리는 앞서 이들의 합법적인 영국 거주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8일 협상 내용에 따르면 해당 시민들은 영국 거주를 위한 별도의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가 안보 문제도 남은 쟁점이다. 이날 뉴욕타임즈(NYT)는 영국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심 회원국 가운데 하나이며, 지역 안보를 위한 유럽과 공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실상 이를 협상 카드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