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황세준 기자 ] 삼성물산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잔여지분 전량을 조기 매각키로 결정한 가운데, 재계는 순환출자 해소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12일 재계와 회사측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05%(852만주)를 6개월 내 매각할 계획이다. 한화종합화학도 매수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 이 지분은 2015년 화학·방산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할 때 남겨 놓은 것으로 2022년 이후 처분 예정이었으나 조기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내걸린 깃발이 멈춰 서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지분의 장부가격은 2749억원이다. 시장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의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을 바탕으로 한 기업가치 고려시, 실제 가치를 최대 1조5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삼성물산은 매각으로 확보하는 자금의 사용목적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인 가운데 재계는 순환출자 해소용 자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3분기말 현재 2조6600억원인 현금성자산 감안시 운영자금이나 투자금 용도로 보기엔 힘들다는 점에서다.
순환출자란 A->B->C->A 식으로 이어지는 지분 연결구조를 말한다.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삼성그룹은 총 7개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한다는 방침이지만 그동안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다. 앞서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컨퍼런스콜을 통해 "여러 계열회사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사항으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시장 영향을 최소화할 방법과 시점을 고려해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순환출자 현황 |
순환출자 해소 키는 물산이 쥐고있다. 현재 삼성전기(2.61%), 삼성SDI(2.11%), 삼성화재(1.37)% 등이 삼성물산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한다.
곧,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전기, SDI, 화재 등이 삼성물산 지분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을 물산이 매입하면 전자와 물산의 연결고리가 끊어진다. 공정거래법은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엮인 경우를 순환출자로 본다.
대량거래 할인을 감안하지 않은 3개사 보유지분 가치는 지난 12일 종가 기준 1조5000억여원으로 한화종합화학 잔여지분 매각 추정가치와 비슷하다.
삼성은 지난 2월말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3대 계열사를 중심으로 하는 계열사 각자도생 시대를 열었다.
최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삼성전자 내에 SDI, SDS, 전기 등 전자계열사 간 사업을 조율하는 '사업지원 TF'를 신설, 이같은 체제를 굳혔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면 물산-전자-생명이 완전히 분리된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측은 "한화종합화학 잔여지분 매각은 건설, 패션, 리조트, 상사 등 주력사업과 관계없는 지분을 정리하는 차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매각 대금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19%) 매수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 주가로는 0.4%밖에 사들일 수 없는데다 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존 순환출자 강화(전자->SDI->물산->전자)에도 '에도 해당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순환출자 해소는 문재인 정부 재벌개혁의 핵심 중 하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재벌개혁의 목적 중 하나인 경제력 집중 억제 관련 규제는 순환출자 금지와 금산분리가 대표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