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정경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놓고 '푸대접' 논란이 뜨겁다. 중국 측이 국빈을 초대해놓고 결례를 범하고 있다는 것인데, 문 대통령은 이에 주중 대사를 중국의 기념 행사에 보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세 번째 한중 정상회담에 이 같은 신경전(?)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영접한 중국 인사는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다. 우리나라의 외교부 차관보급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취임 후 처음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당시 차관급인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영접했던 것에 비해 격이 낮아졌다. 특히, 장 상무부부장은 부부장 중에서도 선임이었다.
이에 중국 측의 문 대통령에 대한 푸대접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는 전 우다웨이 부부장 퇴직으로 공석인 부부장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쿵쉬안유 부부장 대행은 지난 10월 31일 한·중 관계개선을 위한 양국 간 협의 담당자이기도 하다"고 해명했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5월 취임 후 첫 방중했을 때에는 차관보급인 허야페이(何亞非) 외교부 부장조리가 나왔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중국을 국빈 방문, 베이징 서두우공항에 도착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중에서 중국 측의 결례에 대한 지적은 이뿐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을 통해 중국에 도착, 3박 4일간의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국빈 문 대통령을 외면하고,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으로 향했다.
중국 내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만남도 논란이다. 한국은 당초 오찬 형식으로 리 총리와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중국 측이 면담 형식으로 결정하면서 홀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아세안(AEAN) 정상회의를 계기로 필리핀에서 리 총리와 잠시 만나 회담을 한 적이 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기로 한 것도 있다. 결국 공동언론발표도 아닌 각국에서 개별 언론발표하는 것으로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세 번째 정상회담은 마무리되게 됐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 개선에 합의한 양국의 정상회담 결과로선 무게감이 아쉽다는 평이다.
아울러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11일 방영한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3불(不)' 관련 입장을 밝히라면서 다소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국의 정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상황이 이에 이르니, 일각에선 이 같은 중국 측의 태도가 오는 14일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로 간의 협상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중국 측의 푸대접(?)에도 불구하고, 이날 노영민 주중대사를 시 주석이 참석한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에 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오늘 노 대사가 베이징 서두우공항에 문 대통령을 영접하러 나오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이 중국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에 참석토록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한국으로선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아쉬운 입장이다"며 "사전 조율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뭔가 새로운 걸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쪽으로 노력해 나가는 어떤 계기가 될 수 있는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