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올해 전세계 외환 트레이더들이 2006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외환시장의 거래 여건이 우호적이었지만 기존의 투자 기법 가운데 적중한 것이 거의 없다는 데 투자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유로화와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13일(현지시각) 58개 외환 트레이딩 프로그램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바클레이헤지 인덱스가 연초 이후 0.6%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외환 트레이더의 운용 수익률은 2006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셈이다.
주요 통화의 변동성이 저조한 한편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대체로 예측 가능, 트레이딩 여건이 지극히 우호적이었기 때문에 트레이딩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예기치 못한 달러화 약세가 외환 트레이더의 베팅이 빗나간 주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초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올해 달러화의 강세를 점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 부양에 적극 나서는 한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내면서 달러화 상승을 부채질 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 표류한 데 따라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6% 떨어졌고, 특히 유로화에 대해 두 자릿수의 약세를 연출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연초 헤지펀드가 보유한 달러화 강세 포지션이 250억달러를 웃돌았다. 투기거래자들의 손실 규모를 짐작케 하는 수치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올해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던 엔화와 유로화가 뜻밖의 강세를 보인 것도 트레이딩 실적을 깎아 내린 요인에 해당한다.
연초 이후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12% 랠리했고, 엔화 역시 3% 상승했다. 터키 리라화와 남아공 랜드화, 브라질 헤알화 등이 정치적 불확실성에 휘둘렸지만 한국 원화를 포함한 주요 신흥국 통화 역시 강세를 나타냈다.
주요 통화의 향방에 대한 예상이 어긋나면서 특히 캐리 트레이드 전략이 일격을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스코샤은행의 숀 오스본 외환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트레이딩 기법이 올해 전혀 수익률을 내지 못했다”며 “자동화 시스템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올해 저조한 성적의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률은 내년 회복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지난 2000년 이후 해당 전략에서 손실이 발생한 이듬해 8% 가량의 수익률을 냈고, 2018년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