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트 디즈니가 21세기 폭스의 자산을 52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를 통해 비디오 스트리밍과 TV 부문의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주요 외신은 디즈니와 21세기 폭스의 대규모 자산 거래를 일제히 비중 있게 보도했다.
월트 디즈니 <사진=블룸버그> |
최종 합의에 따라 디즈니는 21세기 폭스의 영화 및 TV 사업 부문과 함께 국제 케이블 TV 비즈니스를 인수하게 된다.
자산 인수는 주식 거래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며, 폭스의 주주들은 보유 주식 1주당 디즈니 주식 0.2745주를 받게 된다. 이번 합의 금액은 21세기 폭스의 자산 가치를 661억달러로 평가한 셈이다.
이번 자산 매매에 따라 폭스 브로드캐스팅 네트워크와 폭스 뉴스 채널, 폭스 비즈닛 네트워크 및 폭스 스포츠1과2 그리고 빅 텐 네트워크는 개별 상장될 것이라고 디즈니 측은 밝혔다.
또 2019년 7월 사임할 예정이었던 디즈니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밥 이거는 이날 ‘빅 딜’에 따라 2021년까지 두 개 직위를 모두 유지하기로 했다.
이거 회장은 디즈니를 스트리밍 비디오 대기업으로 변모시켜 넷플릭스와 한판 승부를 펼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이번에 인수하기로 한 21세기 폭스의 자산과 주요 비즈니스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적으로 동원될 전망이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거래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가 수 십 년간 다져온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뿌리부터 변화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신생 업체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앞세워 전통적인 시장 질서를 흔들자 디즈니가 자산 인수를 통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일부에서는 30년간 공격적인 사세 확장으로 미디어 시장을 장악한 머독의 시대가 종료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디어 리서치 업체 엔더스 애널리시스의 클레어 엔더스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양측은 최선의 조건으로 자산 매매 합의를 이뤄냈다”며 “특히 디즈니는 실제 현금 비용 없이 고품격의 자산을 획득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이번 자산 인수로 디즈니가 미디어 업계의 월마트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미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가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달 미국 법무부는 통신사 AT&T의 타임워너 인수가 반독점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양사의 합병을 금지한 한편 콜롬비아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디즈니의 21세기 폭스 자산 인수 역시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