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헤지펀드가 그리스로 몰려들고 있다.
연초 이후 주요 자산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고수익률 기회를 찾기 어려운 데다 그리스 경제가 채권시장에 복귀할 만큼 개선되자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매입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그리스 국기와 유럽연합기 <사진=블룸버그> |
20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들어 헤지펀드의 그리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5억66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대비 28% 급증한 동시에 사상 최고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부채위기를 빌미로 발길을 끊었던 헤지펀드와 함께 과거 투자 경험이 없는 업체들도 동시에 ‘사자’에 잰걸음을 한 결과다.
무엇보다 주식부터 채권 및 상품까지 더 이상 저렴한 자산을 찾기 어렵게 되자 장기간 외면 받고 있던 그리스가 다시 관심권에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투자 자산 17억달러의 런던 소재 헤지펀드 앰버 캐피탈의 조셉 올리언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현재 유일하게 저평가 매력을 지닌 시장”이라며 “그리스 자산을 선호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앰버 이외에 브레번 호워드와 VR 캐피탈, 오토노미 캐피탈 등 상당수의 헤지펀드가 고수익률 기회를 찾아 그리스로 몰려들고 있다.
내년 8월 3차 구제금융 졸업을 앞둔 그리스는 지난 7월 3년만에 처음으로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에 앞서 또 한 차례 채권 발행이 예정된 상태다. 이어 9월에는 EU가 그리스의 재정이 통제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여기에 저평가 매력이 맞물리면서 투자 자금을 유인하고 있다. 그리스 증시의 ATHEX 종합지수의 밸류에이션은 13배로 범유럽 지수 스톡스 유럽 600과 뉴욕증시의 S&P500 지수 밸류에이션 15배와 18배를 크게 밑돌고 있다.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도 헤지펀드의 ‘입질’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유럽 최대 헤지펀드인 브레번 호워드는 그리스의 주식과 함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5억달러 규모의 신규 상품을 출범시키기로 결정하고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그리스의 신용시장도 인기가 오르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 알바레즈 앤 마살의 그리스 현지 법인은 사모펀드와 신용펀드를 대상으로 대출 채권 포트폴리오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마리오스 콜리오풀로스 현지 법인 대표는 WSJ과 인터뷰에서 “신용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개선됐다”며 “헤지펀드뿐 아니라 다른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신용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