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가상화폐는 금융이 아닙니다. 거래소 인가제나 선물거래 도입은 절대 없을 겁니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실제 자산 가치가 없어 금융이 아니라고 해놓고 또 세금은 거둔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
가상화폐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올해 정부와 업계, 그리고 국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로 탄생한 가상화폐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의 통제가 전혀 미치지 않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배수의 진을 치는 형국이다.
서울 중구 빗썸 광화문 고객상담 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이 때문에 그간 정부의 태도는 ‘무시’에 가까웠다. 이런 분위기가 바뀐 것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가상화폐 투기 과열에 대한 위험성을 언급한 이후다. 그동안 금융위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가상통화TF’가 법무부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최근에야 규제 방향성을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와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방향은 여전히 가상화폐를 ‘유사수신’으로 묶었다. 1인 1계좌 이용 및 은행의 본인확인 의무 등을 부과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가상화폐 거래소의 난립이나 위험성에 대한 보완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가상화폐 거래소 스스로 자율규제를 도입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갈등에서 정작 속이 타는 것은 투자자들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으로 고객의 자산을 잃거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올해만 3건 이상 발생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이 고객의 가상화폐를 해킹으로 잃은 뒤 파산을 선언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관련 소비자 규정이 미미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빗썸은 지난달 12일 비트코인캐시 등 일부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는 과정에서 약 1시간 30분간 서버가 마비되면서 제때 거래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이들 중 640명은 빗썸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물론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상화폐의 탈중앙 방식은 정부의 통제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 곳이다. 이를 섣불리 양성화 한다면 향후 가치가 폭락할 때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동반하게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의 싹인 가상화폐를 아예 금지시킬 수도, 전면적으로 제도권에 받아드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업계에서 조차 최근 투기광풍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해가 바뀌면 가상화폐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보다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