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월 예정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파기'를 선언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내년 1월 초에 있을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위안부 합의 관련해) 오늘 대통령 입장이 신속하게 나온 걸 보면 언론에서 당초 예측했던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가 아니라 조속하게 입장을 낼 것"이라며 "1월 초 신년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는데, 그때를 넘길 수는 없지 않겠나"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기자회견 때 정부 대표해 입장을 발표할지, 그 전에 정부가 입장을 발표하고,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힐지 정하겠다"며 "정부의 최종 입장 발표에는 파기 여부 등 모든 부분이 다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발표한 '위안부 태스크포스(TF)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문'에서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위안부 TF의 조사결과 발표를 보면서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유감스럽지만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라며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입장 발표가 위안부 합의 파기 선언이라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늘 대통령 입장 발표에 나와있는 '앞으로 빠른 시일 안에 후속 조치를 마련해 달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너무나 중대한 문제이고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것과는 별도로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대통령의 소회 정도를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참모들의 건의에 따라 문 대통령이 (오늘 입장 발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여러 의견을 수렴하면서 정부가 입장을 정리, 최종 입장을 낼 것"이라며 "정부가 여론 수렴 후 입장을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답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정부 입장인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시간을 달라. 위안부 할머니 당사자 입장이 배제됐다. 국민 여론이 배제됐다고 말했듯이 그만큼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너무 중요해 현재 어떤 걸 단언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며 "위안부 할머니를 비롯한 각계 단위의 의견을 충분히 들으면서 정부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 일본 정부 "위안부 합의 재협상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한편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이 '한일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데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관방 부(副)장관은 이날 오전 "일본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니시무라 부장관은 "계속해서 (한국 측에) 합의 이행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여러 형태로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미우리신문은 문 대통령의 성명에 대해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가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이라며 "재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쾌감을 표했다며 일본 정부는 향후 계속해서 한국 측에 합의 이행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아직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전날 주변에 "(한일) 합의는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가 향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추가적인 조치 등을 요청해도 일본 정부는 일절 응하지 않을 방침을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