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 인권(人權)은 진화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인권의식'은 여전히 '수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만15세 이상 1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국민인권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9%가 일상생활 속에서 인권침해 혹은 차별을 받았더라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자료=국가인권위원회 '2016년 국민인권의식조사'] |
국내 인권상황에 대해서 42.8%의 응답자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으나, 매우 잘 안다고 응답한 비율은 0.9%로 낮게 나타났다. 헌법에 기본적 인권 보호가 명시돼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잘 안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3.5%에 그쳤다.
미약한 인권 의식을 반영하듯 사회 곳곳에는 "어쩔 수 없다", "다르다"는 명분으로 차별하며 인권을 유린하기도 한다.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한센병(Hansen's disease·나병)을 앓는 일명 '한센인'의 소록도 강제 격리 조치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센인들은 거의 감금과 같은 격리 뿐만 아니라 강제로 정관 수술과 낙태를 받기도 했다. 전염과 확산에 대한 막연한 우려에서 온 인권 유린이었다.
전남 고흥군 소록도 국립소록도병원(왼쪽)과 전신이었던 자혜의원 감금실(오른쪽). [뉴시스] |
치료가 불가능했던 과거에는 문둥병 또는 천형병(天刑病)이라고 불렸지만, 전세계 인구 95%가 자연 저항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격리수용이 불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2015년 법원은 정관·낙태 수술을 받은 한센인 203명에게 각 3000만원과 4000만원을 국가가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차별은 노동 현장에서도 만연했다. 비용 절감과 다른 '신분'을 이유로 계약·파견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에 내몰리며,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경우도 허다했다.
지난 5월 인천국제공항 셔틀트레인 변전실 폭발로 인한 하청노동자 3명 부상 사건, 지난해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하청노동자 고(故) 김모(당시 19세)군의 사망 사고는 '생명권'까지 박탈당하는 인권 유린의 민낯이었다.
인권위는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82%가 '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면서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나 관련 기관 등을 활용한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인권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확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1주기를 맞은 지난 5월 하청노동자 고(故) 김모군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사고 장소에 놓여 있다. [뉴시스] |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