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황세준, 정광연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이 동남아시아 비즈니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29일 재계와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기업가정신 전문가총회'를 참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부터 시작하는 문재인 대통령 방중 경제사절단 일정에 앞서 개인적 일정으로 소화했다.
'미래를 설계한다'는 주제로 열린 이 행사에서 최 회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발표를 청취하고 나집 나작 말레이시아 수상 및 인공지능·빅데이터 관련 학계 전문가, 말레이시아글로벌혁신센터 관계자 등과 교류했다.
최 회장은 특히 행사 메인 아젠다 중 하나인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록체인은 금융 및 기업 데이터를 관리하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가 10년 이내 블록체인에 저장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최태원 SK회장이 SK CEO세미나에서 공유인프라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
나집 나작 말레이시아 수상은 "수학과 암호학에서 핵심적인 돌파구를 가지고있는 비트코인과 블록 체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완벽한 통합에 의존하는 자율주행차를 말레이시아는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블록체인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도 연관 있다. 두 분야 역시 최 회장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다. 재계는 최 회장이 직접 현장을 돌며 관련 사업 확대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 내 블록체인 관련 사업은 SK(주) C&C가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말 금융∙통신∙제조∙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 가능한 ‘블록체인 모바일 디지털 ID 인증 서비스'를 개발했다.
5월에는 컨테이너 화물의 위치 정보는 물론 컨테이너의 온도∙습도의 관리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해 물류 관계자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블록체인 물류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울러 SK(주)C&C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유통·의료 등 고객사 산업군별로 각 사업부에 흩어져있던 'DT 추진담당' 등 인공지능 관련 조직을 신설조직인 '디지털총괄'로 통합했다.
이는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 사업을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시작하겠다는 신호탄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최 회장의 강조하고 있는 '딥 체인지'와도 맞아떨어진다.
딥체인지의 핵심이 계열사들간 '공유 인프라' 사업 모델 구축인 만큼 AI 플랫폼 및 기업간 거래(B2B) 네트워크를 보유한 SK(주)C&C의 그룹 내 역할 비중이 이전보다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DT 사업의 핵심 축은 인공지능 플랫폼 '에이브릴'이다. 에이브릴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안정옥 사업대표 부사장과 이기열 전무는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함께 재계는 최 회장의 말레이시아 방문이 SK의 동남아 시장 개척과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달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잇따라 방문해 정·관계 및 재계, 학계, 벤처사업가, 투자전문가 등 다양한 그룹의 인사들과 에너지 및 정보통신(ICT) 등 분야의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SK그룹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진출, 자원개발과 석유화학 설비 건설, 원유 트레이딩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들 분야 외에 정보통신(ICT)과 LNG 밸류 체인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최 회장은 당시 "SK그룹이 가진 강점인 에너지·화학 및 ICT 분야 기술과 노하우, 네트워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고 양질의 해외투자를 유치해 산업 인프라를 고도화시켜 나갈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