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일부 은행과 저축은행은 대출이 필요한 지인을 소개해 고객에게 포인트 제공했다. 하지만 새해엔 이렇게 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으로 금융회사의 비조치 의견서에 회신했다. 이같은 영업행위가 일반 고객과 대출 모집인 간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비조치 의견서란 금융회사가 특정 행위에 대해 금융감독법규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금융당국에 심사해 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기존 대출고객이 지인에게 대출을 소개해 대출이 이뤄지면 두 고객 모두에게 마이신한포인트를 제공하는 마케팅 행위가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의 적용을 받는지 심사해달라는 비조치의견서를 요청했다.
그동안 은행과 저축은행 등은 이 같은 마케팅을 자주 사용해왔다. 최근 농협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하면서 지인에게 대출 상품을 소개해 신규 대출이 일어나면 농협 채움포인트 1만점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금융당국은 대출모집 자격이 없는 일반인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대출을 소개받는 것은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의 운영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출 모집인은 금융회사의 대출모집 업무를 대신 수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람이다. 당국은 모집인 등록제를 통해 대출 모집과 관련한 불건전 영업행위를 방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인에게 대출을 소개하는 것 자체는 당국이 막을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지만, 이에 대해 금융회사가 과도한 혜택을 부여해서는 안된다"면서 "만약 한 사람이 지인 여러 명에게 대출상품을 소개해 300만원 상당의 혜택을 받는다면 그게 일반 고객이라 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일반 고객의 대출 소개가 모집 수준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취지로 비조치의견서를 회신했다"면서 "금융회사들이 그 적정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보고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출모집인제도는 금융당국이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는 행정지도다. 또 비조치의견서만으로는 금융회사의 영업 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다만 금융당국이 이러한 판단을 내린만큼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에서는 지인에게 대출을 소개해 신규 대출이 일어나면 5만원이 넘는 백화점 상품권을 주거나 현금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많이 축소된 것"이라면서도 "이번 비조치의견서는 당국의 시각을 보여준 것인만큼 비조치의견서라 하더라도 금융회사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