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승동 기자] 종신보험 상품은 보험일까 저축일까 투자상품일까? 혹은 보험이면서 저축 기능을 갖춘 투자 상품일까?
보험을 취재하면서 아직까지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종신보험의 정의다. 그런데 올해 종신보험의 상품 정의는 더욱 모호해질 것 같다. 150년 전통의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금융그룹 메트라이프가 투자상품인 ‘달러종신보험’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메트라이프는 보험사다. ‘달러종신보험’은 상품 명에 명시됐듯 종신보험이다. 하지만 이 상품은 투자 기능을 갖춘 금리연동형 보험이다. 그것도 미국 회사채 수익률을 추종한다. 환차익과 채권 투자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연 3.0%의 확정이율을 보증한다. 연 3.0% 금리의 저축이라는 셈이다.
사전적 의미로 저축은 ‘절약하여 모아 둠’이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면 저축이라고 하지 않는다. 투자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본을 쏟음’이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저축보다 기대수익도 크다. 보험은 ‘손해를 보증함’이다. 우연히 발생하는 재정적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서비스다. 그런데 종신보험은 보험이지만 보험이 아니다. 원금 손실 위험이 있기에 저축도 아니고 기대수익 변동성도 크지 않기에 투자상품도 아니다.
최근 메트라이프는 달러종신보험을 출시하면서 ‘달러에 분산투자’하라고 강조한다. 달러로 보장받으라는 게 아니다. 추가납입까지 하면 20년 이후 원금보다 140%의 수익(40세 남성, 10년납, 공시이율 적용)까지 낼 수 있다고 표를 제시한다. 투자상품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지 이례적으로 특약도 없다. ‘환율이 오르면 더 많은 보험금 지급’, ‘3.0% 이율 보증’만 강조한다. 사망보장을 하는 보험이자 투자상품이면서 저축 기능까지 있는 ‘만병통치약’ 같다.
다행인 것은 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 10월 종신보험의 정의를 ‘피보험자의 사망위험을 보장하는 생명보험의 대표적인 보장성보험’이라고 규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 보험사, 보험설계사 등이 모집수당을 더 받을 목적으로 저축기능까지 동시에 가능한 것처럼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면 제재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메트라이프는 종신보험으로 달러에 투자하라고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환차손 위험과 조기해지시 원금손실 위험은 강조하기 않는다. 보험이라는 것도 뒤로 감춘다. 금감원은 보험과 저축 그리고 투자의 정의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보험 민원을 줄이겠다는 최흥식 금감원장의 쇄신안은 공허한 외침이 될 뿐이다.
[뉴스핌 Newspim] 김승동 기자 (k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