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중소기업은 총무팀이든 경리과가 있잖아요. 담당 직원이 있고 그 직원한테 맡기면 됩니다. 소상공인은 이 일을 맡아줄 사람이 없어요. 대표가 재료를 주문하고 찾아오고 배달도 해야 하는데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언제 하러 가죠? 자영업자인 대다수 소상공인은 일자리 안정자금 혜택을 못 받을 수 있어요."(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
일자리안정자금을 바라보는 소상공인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7530원, 2017년 대비 16.4%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경영부담 완화와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불안 해소 등을 위해 1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근로자 1인당 최대 13만원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소상공인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에서 동떨어져 있다. 일자리안정자금 관련 홍보 부족과 함께 예상치 못한 이용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홍보가 제대로 안 됐어요, 홍보가. 주민등록등본 떼려면 면사무소(주민자치센터)로 가라고 하잖아요.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은 어디로 가죠? 책자 등 안내문을 따로 받은 게 없어요. 인터넷에서 알아서 찾아보고 알아서 신청하라는 거죠."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가 터트린 분통이다. 정부가 여전히 소상공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8년 새해 첫 외부 일정으로 일자리 안정자금 접수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김동연 부총리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를 방문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접수를 시연하는 모습 <사진=기획재정부> |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신청 방법 등을 소개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일자리 안정자금 도입 취지와 지원 기준, 신청 절차 등이 안내된다.
정부는 친절하게 홈페이지에 신청서를 올려놨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는 노동자용 신청서식, 고용보험에 새롭게 가입하는 노동자용 신청 서식, 사업장이 고용보험에 새롭게 가입하는 경우 신청 서식, 일용직 노동자용 신청 서식, 합법적 외국인·주 소정근로시간 15시간 미만 등 고용보험 적용이 제외되는 노동자용 신청 서식, 5인 미만 개인 농업·임업·어업 사업장용 신청 서식 등이다. 한 소상공인은 "복잡하다는 연말정산 신청도 이보다 간단할 것"이라고 푸념했다.
정부는 무료로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대행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단 고용보험 가입사업장만 위탁할 수 있다.
190만원. 소상공인이 예상하지 못한 복병이다. 정부는 월 보수액 190만원 미만 근로자까지 지원한다. 190만원은 최저임금(1시간당 7530원)을 월급으로 환산했을 때 금액인 약 157만원의 120% 수준이다. 일주일에 40시간(하루 8시간) 일하고 주휴수당까지 더한 금액이 약 157만원이다.
이 기준이 소상공인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예컨대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하루 8시간 넘게 일한다. 점심 전에 출근해 저녁까지 일한다. 초과수당을 받을 경우 월 보수액이 190만원이 넘어가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잡코리아나 인크루트 등 채용 정보가 올라오는 사이트를 보면 주방 보조 업무는 오전 10시 시작해 밤 10시까지, 오후 5시 시작해 새벽 2시까지 일하는 공고가 있다. 보수는 월 2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요건에서 탈락하는 셈이다.
"총액 190만원 기준 때문에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을 못 받는 소상공인이 나옵니다. 일감 조정이 가능해 8시간 근무를 맞출 수 있는 일부 제조 중소기업만 이 기준을 충족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을 겁니다. 보수 한도를 조정해야 합니다." 한국컴퓨터판매소프트웨어판매협동조합 관계자의 제안이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