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한기진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5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알버트 비어만 (Albert Biermann·60) 현대기아차 시험 고성능담당 부사장이 3년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주요 계열회사의 CEO 가운데 60대 원로급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50대를 대거 포진시켰다. 작년 그룹 인사때 계열사 사장 1명 승진과 비교하면, 인사폭이 크다. 정의선(48)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측근들이 부상하며 세대교체가 본격화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사진=김학선 기자> |
현대차그룹의 사장단 인사의 특징은 물러나는 CEO들의 면면에서 드러난다.
이형근(66) 기아자동차 전 부회장, 김해진(62) 현대파워텍 전 부회장, 정수현(66) 현대건설 전 사장, 윤준모(64) 현대위아 전 사장, 김태윤(66) 현대자동차 전 사장이 모두 고문직으로 물러났다.
1952년생인 이형근 전 부회장은 윤여철(66) 부회장과 함께 정몽구 회장과 동거 동락해온 인물이다. 이 전 부회장은 1977년 현대차에 입사해 현대기아차의 해외시장을 개척한 주인공이다. 현대차에서 수출마케팅실장 등을 하며 북미시장을 뚫었고 기아차에서는 중국 합작법인 부사장, 유럽총괄법인장, 해외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60대 CEO들이 물러난 자리는 50대로 채워졌다. 현대·기아차 구매본부장 김정훈(57) 부사장이 현대글로비스 사장으로, 현대·기아차 파워트레인 담당 문대흥(57) 부사장은 현대파워텍 사장으로, 현대글로비스 김경배(53) 사장이 현대위아 사장으로,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박동욱(55) 부사장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이들은 모두 1960년대 후반생으로 1970년생인 정의선 부회장과 함께 실무를 같이 해온 사람들이다.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은 현대모비스 인사실장, 현대자동차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2007년부터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그룹 내 여러 사업 경험, 현대글로비스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현대·기아차 구매관리사업부장, 통합구매사업부장, 구매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현대차 물류를 책임지는 현대글로비스 CEO로 업무능력이 적합하다는 평가다.
알버트 비어만 (Albert Biermann·60) 현대기아차 시험 고성능담당 사장의 승진 배경에도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반영됐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순혈주의를 깨고 외국인 전문가와 해외 기업들과 사업협력을 적극 추진해왔다.
비어만 사장은 BMW에서 고성능차 브랜드인 'M'의 성능을 완성시킨 인물로 지난 2015년 현대자동차가 시험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고성능 브랜드인 'N'을 추진하는 등 현대차의 고성능화를 주도하기 위해, 직접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연구소와 유럽연구소에 개발 전담부서를 만들어, 비어만 사장이 주도케 했다. 현대차그룹의 외국인 사장은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담당인 피터슈라이어 사장을 포함해 2명으로 늘었다.
또한 이번 사장단 인사의 폭은 작년 2월 그룹인사에서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1명만 계열사 사장으로 발령난 것과 비교하면 폭이 매우 크다. 정의선 부회장이 입김이 이번에 많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작년부터 현대차그룹의 전면에 나서는 반면, 정몽구 회장은 외부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현대·기아차와 계열사 간 유기적인 협력 강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외부 환경변화에 더욱 신속히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인사"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