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찬미 기자] 롯데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출발점에다 당분간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던 호텔롯데의 연내 기업공개(IPO, 상장)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시황이 좋은 시기에 IPO를 해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만큼, 호텔롯데는 올해 리스크 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내년 IPO 성공 여부가 확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발 리스크에 밸류에이션 부담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PO 최대어로 꼽혔던 호텔롯데는 상장 전 대외적으로 중국 리스크 관리, 대내적으로 그룹 내 계열사 분할합병 과제가 남아있다.
우선 대외적인 중국 리스크는 중국발 한한령이다.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호텔의 주요 매출을 담당하는 면세점 수익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진=호텔롯데서울> |
호텔롯데는 한 때 공모자금 규모가 최대 5조원대에 달할 거라고 예상되면서 기대되는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초 호텔롯데가 밝힌 희망공모가 범위는 주당 9만7000~12만원에 달했다.
호텔롯데가 지난 2015년 6월 제출한 증권신고서상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도 약 12조9231억원으로, 이 가운데 면세부문의 영업가치가 약 96%(12조47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호텔롯데의 면세부문 영업가치는 5조9413억원으로 떨어졌다.
이어 하반기에도 별다른 호조가 없어서 지금은 그때 만큼의 가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실적이 올라와야 원하는 가치를 받고 IPO를 진행할텐데 호텔롯데의 기본축인 면세점 쪽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다"며 "당초 원했던 기업가치를 받는 것은 무리"라고 진단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도 "호텔롯데의 경우 면세점 사업 매출 이익이 줄어 밸류에이션이 줄 것이라고 업계 전반에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내 계열사들의 분할·합병 과제도 남아있다.
◆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 역할하는 호텔롯데
롯데그룹은 지난 2일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이달 6개 비상장사 투자사업부문을 롯데지주에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 롯데지주,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및 롯데아이티테크가 합병되면 지배구조 개편은 더 힘을 받게 된다.
이번에 지주사 합병 대상에서 제외된 호텔롯데는 남아서 금융 계열사 지분 정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산분리 규제를 받는 롯데지주는 출범 후 4년 안에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장 후에는 분할·합병이 어렵기 때문에 이들 계열사의 거취문제를 해결한 후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분할·합병을 끝낸 후에 상장을 한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의 기업공개가 성공리에 진행되면 일본 주주의 영향력도 낮아지게 돼 롯데그룹 오너 일가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의지를 여러차례 드러낸 바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한국에서 호텔롯데의 상장 의지를 내비쳐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장인인 오고 요시마사 전 다이세이 건설 회장의 장례식 참석차 일본을 방문해 일본 롯데홀딩스 관계자와 호텔롯데 상장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아직은 실적이 회복되는 국면이라 당장은 상장이 추진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호텔롯데 관계자의 설명이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 및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준비중"이라면서도 "그동안 재판 등의 그룹이슈가 있었고 중국 등 대외적인 이슈가 진행중이라서 아직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찬미 기자 (ohnew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