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유수진 기자]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해 장거리 노선을 개척하려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업계와 달리 제주항공은 여전히 단일기재 운용 방침을 고집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 측면에서 2020년까진 소형기만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적 LCC들은 진에어를 시작으로 기재를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유 중인 소형 항공기로는 취항 범위가 제한되는 만큼, 장거리를 갈 수 있는 중대형기를 들여와 블루오션을 개척, 수익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여객기. <사진=각 사> |
현재 진에어는 LCC 중 유일하게 중대형 항공기 B777-200ER(393석)을 도입해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와 미주 하와이, 호주 케언스 등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특히 황금연휴 등 항공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성수기 시즌엔 인천-오사카와 같은 인기노선에 대형기를 투입, 기존 B737-800보다 두 배 이상 공급을 늘려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도 중대형 기재를 들여오기로 방향을 잡았다. 일단 티웨이항공은 내년 하반기 보잉사의 B737 MAX8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기종은 기존 보잉 737-800과 크기는 같지만 항속거리가 길어 최대 8시간까지 비행이 가능, 그동안 가지 못했던 싱가포르나 발리 노선 등에 투입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B737-MAX8을 시작으로 향후 중대형기 운항을 계속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도 오는 2020년 A321-200 NEO 도입을 시작으로 차츰 기재를 다양화할 방침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일단 NEO를 들여와 방콕 등에 취항한 뒤 2021~2022년쯤 중대형기 A350을 들여올 계획"이라며 "단거리 노선은 이미 포화상태니 시장 확대 차원에서 중대형기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LCC업계 '맏형'격인 제주항공은 오히려 중대형기 도입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제주항공은 현재 186~189석짜리 소형기 B737-800을 31대 보유, 국제‧국내선 전 노선에 동일한 항공기를 투입하고 있다. 올해 도입 예정인 8대도 모두 같은 기종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오는 2020년까지 단일기종을 운용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중대형기 도입과 관련해 검토를 하고 있긴 하지만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기를 들여오기로 하더라도 준비기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LCC업계는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대형기재 도입을 통한 장거리 노선 개척이 필수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도 조만간 기재 다양화를 추진할 거란 예상도 나온다.
한 LCC 관계자는 "LCC들이 시장 초기엔 단일기종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렸지만 이젠 그걸 넘어서야 한다"며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리스크도 있겠지만 결국엔 기재 다양화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항공사는 계속 신규취항을 하고 항공기를 늘려야 회사가 커지는 산업구조"라며 "포화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업계 1위인 제주항공도 중대형기 도입을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유수진 기자 (ussu@newspim.com)